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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크 Jul 08. 2023

평가로 상처받고 힘들 때

한 번의 성공이 올 때까지

 누군가를 강하게 질책하고 훈육하고 비난하고 평가하면 그 후 좋은 성과가 나고, 칭찬해 주고 잘한다고 띄워주고 좋아해 주면 그 후 나쁜 성과가 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사람들에게 좀 더 객관적으로, 엄하게 대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비난의 효과, 칭찬의 역효과라고 보기보다 평균에서 못하거나 잘했을 때 다시 평균으로 회귀하는 경향성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높은 기량을 보이기 위해 칭찬과 비난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도전을 해 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경쟁 사회이다. 학교에서는 학점을 주고 학점이 낮은 학생에게 학사경고를 주고, 회사에서는 수시, 정기 인사평가를 하여 인사 고과가 낮은 사람은 해고하거나 좌천시킨다. 학원에서는 시험 점수에 따라 안 좋은 반으로 보내거나 퇴반시키는 등의 처벌을 하고, 심지어 고시나 수능처럼 장기전으로 가야 하는 시험에서조차 상시로 평가를 쳐 평가를 잘 받지 못하면 고시반에서 퇴반시키거나 재수반에서 특정 수업을 못 듣게 하는 등의 처벌을 한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인기가 낮아지면 그룹에서 퇴출시키거나 출연 기회를 주지 않는 등의 처벌을 내린다. 그렇게 하면 전체적인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실제로 처벌을 받은 이후 성적이나 능력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경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상이나 칭찬보다 처벌이 주는 강력함이 더 인간을 채찍질한다는 믿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 이후 일시적으로 기량이 향상되는 듯이 보이고, 칭찬 이후 일시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 비행학교 교관들에게 심리학을 가르치면서 깨달은 경험이 있습니다. 교관들은 생도들이 고난도 훈련을 잘 수행하면 칭찬을 했을 때 기량이 떨어지고, 훈련을 못하면 처벌을 했을 때 기량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기량을 통계학적으로 보았을 때 교관의 칭찬이나 비난은 기량과 무관했습니다. 그 이유는 원래 인간의 기량은 평균이 있고, 표준편차가 있는데 일시적으로 잘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다시 평균적인 기량으로 돌아가고, 일시적으로 못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다시 평균적인 기량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평균으로의 회귀'가 나타나지만, 사람들은 마치 칭찬과 처벌과 기량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착각합니다."




(출처 : https://velog.io/@khyun11/%ED%8F%89%EA%B7%A0%EC%9C%BC%EB%A1%9C%EC%9D%98-%ED%9A%8C%EA%B7%80)


 '평균으로의 회귀'란 이상치가 한 번 관측되었을 때, 다음 회차에서는 다시 평균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뜻한다. 위 그래프는 아버지의 키와 아들의 키를 x축과 y축으로 두고 찍은 점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어느 정도 정비례 관계는 있지만 무작위에 가깝다. 만약 둘 간 인과관계가 아주 강력했다면 거의 직선에 점이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사실 이 세계의 많은 일들이 정확한 인과관계에 의해 매우 높은 상관성을 가지고 일어나지는 않는다. 스포츠 선수들만 봐도 작년에 잘한 사람이 올해까지 잘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성적도 매 학기마다 아주 좋은 사람이 많지 않다. 가수들도 모든 곡에서 히트를 치지 않으며, 배우, 미술가, 작가 등이 모든 작품에서 성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점은 슬픈 일이 아니다. 여러 번의 반복시도를 거치다 보면 아주 높은 성과를 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재해석할 수 있다.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대히트,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성공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부를 얻게 되고, 재화와 서비스가 세상에 널리 퍼지는 세상에서 여러 가지를 여러 번 반복시도하다 보면, 운에 의해 높은 성과가 관측되는 때가 올 수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강한 처벌과 칭찬을 계속해서 부여한다면 인간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오히려 반복시행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강한 처벌은 트라우마로 남고 낙인 효과를 주어 다시 도전할 의욕을 잃게 만든다. 강한 칭찬은 계속해서 그런 칭찬을 받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움을 주어 도전할 의욕을 잃게 만든다. 기량이 낮든 높든 묵묵하게 기다릴 줄 알고, 여러 번 반복시행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용기를 주고 무던하게 있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인간은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꾸준히 반복시행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재수, N수생 가운데 시험에서 성공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그동안 기량이 향상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여러 번의 독립시행 끝에 이상치로서 높은 성과를 내 합격한 경우가 많다. 고시, 자격시험, 대회, 입사시험, 경연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도전들에서도 몇 번 도전 끝에 이상치로서 높은 성과를 내 통과하고 합격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들, 작곡가들, 가수들, 배우들도 처음에는 무명이다가 한 권, 하나의 노래, 하나의 작품이 성공해 히트를 치기도 한다. 이런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실패에도 그냥 묵묵히 재도전하고 또 도전한다는 점에 있다. 언젠가 평균에서 벗어난 이상치를 발휘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채로 말이다.


 나에게 언제 운이 닥칠지 모른다. 인생은 평균과 표준편차로 구성돼 있다. 평균은 그 사람의 여러 번의 도전의 평균값일 것이고, 표준편차는 매 시행마다 평균값의 편차를 뜻한다. 평균을 끌어올리는 것도 정말 중요하고, 그를 위한 노력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독립시행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표준편차를 고려하지 않은 일이다.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고, 내 실력이 그렇게까지밖에 되지 않았다고 자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평균을 끌어올리는 노력과 함께 무던하고 묵묵하게 상처받지 않고 여러 번 독립시행을 거친다면 표준편차 또한 나에게 운이 되어 다가올 것이다.


 교육자의 관점에서도 한 번의 실패에 크게 비난하지 않고, 한 번에 성공에 크게 칭찬하지 않고 그 과정을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평균적인 기량 향상에만 너무 치중하지 않고, 여러 번 독립시행을 거쳐 표준편차가 자기에게 운이 되도록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못하는 사람에게 너무 비난하지 않고 여러 번 도전하도록 용기를 주어야 한다. 잘하는 사람에게도 너무 칭찬하지 않고 여러 번 재도전하여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정리하자면, 너무 강한 비난이나 칭찬으로 재도전 의욕을 꺾기보다, 여러 번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의 기량과 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조금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언제라도 내 운이 올 수 있다고 믿고 묵묵하게 반복시행을 해 한 번의 성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알고리즘에 타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글을 써 나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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