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
-하우스갤러리 이야기 / 강언덕/ 구름의시간
나는 한때 집이 일터였다. 십 년 정도 집에서 공부방을 운영했다. 꼼꼼하고 분석적인 성격이라 아이들 하나하나에 맞추어 진행한 프로그램은 성과가 좋았다. 아예 학원을 차리라는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쩌다 시작한 일이니 언제든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비록 잘하는 일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서 더욱 그랬다. 집에서 시작했으니 집에서 끝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십 년쯤 하다가 정리했다.
하우스 갤러리를 운영하는 강언덕 작가는 나와는 정 반대다. 아주 적극적으로 집을 자기 일터로 활용한다. 예술학을 전공하고 인사동 화랑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일하던 그녀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에게 책을 사주는 엄마가 아닌 읽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 직장을 그만둔다.
그녀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새로운 그림의 세계를 만난다. 작가는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학과 미술이 융합된 한 덩어리의 예술이라고 책에 썼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림책은 글만 있는 책을 보는 것과 글 없이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는 것과는 다른 감동을 준다. 실제로 많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스스로도 치유되는 순간을 맛보기도 한다.
모두가 집에 은둔하던 코로나 시절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와 SNS로 소통하던 그녀는 작가의 그림 전시를 집에서 해볼 궁리를 한다. 그림이 걸리는 목적지는 미술관이 아니라 결국 집이라는 생각을 가진 강언덕에게 집은 정말 좋은 전시장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모두가 집의 문을 닫아걸 때, 오히려 문을 열기로 한 그녀의 이런 발상에 나는 정말 놀랐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문화정책 연구를 하고 상업갤러리와 공공미술관에서 일해본 적이 있는 그녀의 경험은 화가가 종이 위에 그림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듯 집에 그림을 전시하면서 공간 활용의 창의성을 발휘한다. 그렇게 임효영 작가의 그림책 원화 전시 <밤의 숲에서>로 하우스갤러리 2303이 탄생한다. 바로 그녀가 남편과 아들과 살고 있는 집에서!
강언덕이 운영하는 하우스갤러리는 도심의 아파트이다. 큰 평수도 아니고 가장 일반적인 크기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이 열려있어 누구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일반 갤러리와는 다르다. 미리 연락하여 시간을 정하고 방문해야 한다.
그림은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거실에 전시된다. 방문객이 차 한 잔 마시며 식탁에 앉아 볼 수 있게 주방 벽에도 걸린다. 심지어 안방도 하우스갤러리 오픈 시간에는 그림을 거는 장소로 변한다. 그렇다고 전시 기간 동안 살림살이를 가리거나 치우지 않는다. 집이라는 공간에 놓인 가구까지 활용하여 그림을 전시한다.
강언덕의 책 제목은 ‘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이다.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는 별로 눈길을 끄는 제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하우스갤러리 2303’이라고 하는 게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책의 구매력을 높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왜 ‘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가 제목이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강언덕 작가는 그림은 집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 여긴다. 그러니 팔기 좋은 그림이 아니라 좋아하는 그림을 건다. 눈길이 가는 그림을 보여 준다. 마음이 가는 그림을 집에 초대한다.
그렇게 초대한 그림을 만나러 오라고 사람들을 초대한다. 마치 오랜 친구에게 새로 사귄 친구를 소개하듯 사람들에게 그림을 소개한다. 진심으로 정성스레 한다. 강언덕의 다정한 애씀으로 그림은 가족을 만난다. 새로운 집, 인연이 닿은 식구에게 간다.
꼭 그림을 사지 않아도 된다. 전시된 그림을 보면서 하우스갤러리 주인장 강언덕의 그림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질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전시가 없다. 나는 다음 전시가 시작되면 하우스갤러리 2303 근처에 사는 애인에게 불쑥 연락을 해야겠다.
“애인아, 오늘 나랑 같이 그림 만나러 하우스갤러리 2303에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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