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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ker 한영 Jun 29. 2024

산은 내게 말한다

feat. 수타니파타 & One Call Away & 각흘산


경기도 북쪽에, 경기도(포천)와 강원도(철원)의 경계를 이루는 각흘산(838m)이 있다.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할 만큼 전망이 어느 산보다 뛰어나고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들이 각흘산의 능선과 정상에 펼쳐져 있다. 38선 이북 군사지역에 속해 있다 보니 지형도에도 표기되지 않고 산 이름마저 없다가 남쪽에 위치한 소의 뿔을 닮은 것처럼 뾰족하다고 붙여진 각흘봉(659m)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불교경전 수타니파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시어 같은 문구가 생각난다.


용기 있는 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추위와 더위, 굶주림,  갈증, 바람,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쇠파리와 뱀,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 내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경전 수타니파타 中



무언가에 연연하다 힘들어하지 말고 당당하게 자유롭게 혼자서 가라는 가르침이다. 이런 느낌 때문에 언제나 산에 이끌리는데, 이날은 이름마저 각흘산이니 집착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유의 길을 가르친 성인의 뜻을 이 산에 오르면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산에 오르다 보면 저절로 명상이 되고, 저절로 마음을 비우게 된다.


이곳에 간 날은 지난해 9월이었다. 비가 오기 직전처럼 하늘에 먹구름이 끼여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비는 오지 않았다.


덕분에 먹구름이 낀 신비한 하늘이 주는 묘한 분위기와 신선한 바람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날 일기 상 "혼자서 가라"는 말이 더 실감 나게, 더 가까이 마음에 와 닿는것 같았다.


정상의 바위에 앉아 있을 때 가져간 보스 스피커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준 날이기도 하다.

이날 날 흥분에 가깝게 들뜨게 만들어 준 노래가 One Call Away였다. 이 노래를 이 때보다 더 감동적으로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난 너를 자유롭게 하고 싶어
우리는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너는 내가 단지 너의 미소를 원한다는 걸 알아
너가 어디로 가든 넌 혼자가 아니야
난 전화 한통이면 되
난 힘든 날에서 널 구하기 위해 네 옆에 있어줄게
너가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내 팔에 안겨

one call away 가사



산정을 채우며 흐르는 Charlie Puth의 감미로운 목소리 속의 강한 어조가 마치 내 마음처럼 다가왔다.


산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산다면, 언제가 끝이 되든, 무소의 뿔처럼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경전은 무조건 혼자 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함께하는 행복에 대해서도 말한다.


"만일, 현명하고, 일에 협조하고, 예의 바르고, 총명한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걸어가라"라고 말한다.


"우리는 참으로 친구를 얻는 행복을 기린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동등한 친구와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라고도 말한다.


경전은 그러나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한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에는 허물을 짓지 말고, 깨끗이 미련을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는 것이다.


삶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주는 사랑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산은 내게 말한다.


각흘산은 혼자서 가라는 경전의 가르침과 One Call Away라고 노래하는 사랑의 감정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것은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움과 통한다.


삶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주는 사랑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산은 내게 말한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노을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산에서 가까운 산정호숫가의 카페 또한 오늘의 감성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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