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50km를 16시간 내에 걷는 워크링크 트레일워커를 매년 해오고 있다. 처음엔 2017년도에 40km로 시작했다. 10km를 더 늘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 번째인 2018년부터 50km로 늘려서 지금까지 매해(2018, 2019년도엔 두 번씩) 하고 있다. 체력 점검과 함께 진정성 있는 걷기의 지속을 담보하는 의미를 갖는다.
완주하기 전까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매번 만만치는 않다. 긴장이 된다.
첫 번째 40km를 할 때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을 3번 등정하고 예열한 뒤 참가한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많은 걷기 경험과 기본 체력이 바탕되지 않으면 쉽지는 않다. 트레일워커 후 그 친구는 발톱이 모두 빠지는 아픈 경험을 해야 했다.
5회 째 50km 트레일워커 때 5명이 출발했다가 모두 중도 하차하고 2명만 살아남은 적도 있다.
6회부터는 혁이라는 친구(나이는 나보다 많이 어린 친구)와 매년 같이 출발하고 있다. 첫 도전이었던 6회 때였던 것 같은데 마지막 코스인 칠봉산에 오를 때 쥐가 나 고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체육대학을 나와 체육교사를 했고 장교 생활도 한 저력이 있어 대처법을 잘 알고 혼자 극복했다. 7회 때도 한번 쥐가 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내가 혼신을 다해 마사지해 주었었다. 그래도 모든 걸 극복하고 걷는 친구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아마 이 친구가 없다면 나도 완주하기 힘들 것이다.
이 길에 다시 나선다. 이번이 9번째다. 그동안 다행히도 아무 탈 없이 시간 내에 마쳤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지 한 해 한 해 늙어가다 보니 매번 의구심이 든다. 걷다가 갑자기 무릎이 안 움직인다거나 쥐가 난다거나 배탈이 난다거나 몸의 조화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쉬긴 쉬어야 한다
16시간 내에 완주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시간도 없다.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해서 아침 김밥과 점심 도시락을 먹는 시간에 그나마 마음 놓고 쉴 수 있다.
그래도 꼭 그냥 지나치지 않는 스폿이 몇 곳 있다. 불곡산 기슭에 유아숲 체험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어린이용 짚와이어와 나무 숨틀에서 두더지 놀이는 꼭 하고 지나간다. 천보산맥을 걷다가 몇 곳 스폿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도 거르지 않는다.
마지막 40km를 지난 지점인 천보산 정상에 올라서 오늘 걸어온 천보산맥의 산줄기를 한눈에 담고 바라보는 맛은 어디에 견줄 수 없을 만큼 흐뭇하다. 그때가 되면 해가 서녘으로 기울어 온 산과 걸어온 산맥, 그 양옆의 양주 시내와 포천 시내가 모두 붉게 물들어간다. 40여 km를 걸어온 후 이 속에 서 있노라면 더할 수 없는 감동이 솟구친다.
오래는 못 쉰다. 땀을 닦는 찰나 다시 남은 칠봉산을 향한다. 마지막 칠봉산은 가장 가파른 코스이다. 칠봉산에서 해 지는 저녁노을을 볼 수 있다면 행운이다. 7개의 봉우리를 차례차례로 오르내리며 동두천터미널 쪽으로 내려서면 캄캄한 어둠만 세상을 삼키고 있을 때 50km 트레일워커를 마치게 된다. 코스는 매회 같다.
최고로 지쳐 있을 때 감각은 극도로 살아나나 보다. 완주 후에 먹는 닭갈비 저녁과 맥주 한 모금의 맛은 영영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산악 50km 루트 & 변천사
50km를 처음 시작하던 2회부터 은봉산 아래 양주시 백석읍 홍죽리의 한 펜션 앞에서 시작했다. 은봉산둘레길의 들머리라 그곳에서 둘레길로 걷기를 시작했다가 3회부터는 아예 정상을 경유하는 코스로 바꿨다.
그러다 은봉산이 사유지면서 군사제한구역이라는 납득 잘 안되는 이유로 정상 출입이 통제되면서 부득이 코스를 바꿔 지난 8회 째부터 양주시 장흥 부곡리에서 출발해 챌봉(521m)을 시작으로-한강봉(475m)-호명산(425m)-불곡산(466m)-(천보산맥27km) 천보산(366m)-탑고개-백석이고개-어하고개-회암령-천보산(423m)-장림고개-칠봉산(512m)-동두천역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걷는다. 다만 불곡산은 둘레길을 이용해 통과한다.
며칠 후 다시 도전에 나선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완성은 없다. 삶이 그렇듯 나태해지거나 느슨해지지 않도록 걷기도 매번 새로 도전해야 한다.
그래도 매번 트레일워커에 나서기 전엔 수불과 사도북 종주를 하며 예열을 했었는데, 9회를 맞는 이번에는 따로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그냥 가야 할 상황이다. 어찌 될지는 가 봐야 알 것 같다.
이번에도 아무 탈 없이 성공하기를, 같이 걷는 혁과 천보산맥 구간만 걷는 중간 합류자도 모두 더할 나위 없는 힐링만 남기를 기도한다. 이럴 때 화이팅을 외쳐야 한다. 화이팅!
천보산 정상에서 본 천보산맥. 멀리 우측 끝에 천보산맥 시작 봉우리가 보인다. 천보산맥을 사이에 두고 챌봉부터 칠봉산까지 정상을 경유하는 50km를 16시간 안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