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길 도보 국토종주길 '한트' 소개
한트를 걷는 1기 국토종주단이 지난 2월 22일 첫 닻을 올리고 국토 걷기를 시작했다. 1회 차 걷기로 22, 23 양일간 해남 땅끝에서 출발해 강진 초입까지 50km 걷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 2회 차는 3월 29~30일 '남도 답사 1번지' 강진에서 이어진다. 이 기회에 한트에 대해 소개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없던 공식 도보 국토종주길
찻길이 아닌 사람길로 걷는 도보 국토종주길이 열렸다. 대한민국 최남단인 해남 땅끝에서 최북단 제진검문소까지 본토를 관통하며 걷는 길인 한국종단트레일 한트(HANT)이다.
종전엔 도보 국토종주를 하면 모두 찻길(국도)을 따라 걸었다. 가장 편하고 짧게 국토종주를 할 수는 있지만, 국토종주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볼 수 있는 것이 없다. 보는 것이 없으니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이 땅에 대한 감동도, 추억도 없다.
찻길을 걷는 위험부담마저 따랐다. 걷기자들은 국토종주가 극기훈련처럼 포장된 것에 위안 삼아야 했다. 일부는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국토종주의 본 뜻이 아닌 수단화된 국토종주였다. 말만의 국토종주는 아까운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나라에 도보 국토종주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토를 느끼고자 한다면 사람길로 걷기
우리가 대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우리 국토에 대한 사랑은 이 땅을 느끼고 알고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땅을 정말 느끼고 알고자 한다면 걸어야 한다. 차나 자전거로는 볼 수 없다. 걷기는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시속 4~5km의 속도라는 점이 우리가 국토종주를 도보로 하는 핵심 이유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노력을 들이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찻길을 따라 걷던 종전의 방법이 아니라 마을과 마을을 잇는 사람길이다.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마을과 마을을 잇다
사람길은 찻길과 상대적인 개념이다. 차가 길의 중심인 찻길이 아니라 사람이 길의 중심이 되는 사람길이다. 등산로로 걷는 산길도, 둘레길로 조성된 숲길도 사람길에 속한다.
한트는 이 길들을 포함하되 이들 길로만 걷지는 않는다. 이 길만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이 땅의 다양한 모습을 모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땅에 켜켜이 쌓인 선조들의 숨결을 볼 수 없고,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이 땅에 수놓아져 가는 이 땅을 지키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이 땅의 진면목을 새로 발견하는 길
한트는 찻길도, 산길도 아니고, 포장되거나 꾸며지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 국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길이다. 누구나 걸으며 우리 국토의 자연, 역사, 전통, 문화, 지역민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마을과 마을을 이으며 산 넘고 강 건너서 우리 국토의 생긴 그대로의 속살을 걷는 길이다. 지역소멸로 잊혀지거나 사라져 가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을 따라 걷고, 우리 국토의 생긴 모습 그대로의 마을길, 논밭길, 하천길, 산길, 숲길을 걸으며 이 땅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길이다.
나 혼자만이 아닌 연대와 소통을 확인하는 길
있는 그대로의 날것의 길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경이와 자각을 준다. 이 길을 한 발 한 발 걷는 것은 이 땅에 존재하는 나를 자각하는 시간이며, 보고 느끼는 만큼 나를 성숙하게 하는 기회이다. 특히 이 길은 '확장된 나'인 '우리'를 자각하게 한다. 이 땅에 나 혼자 저절로 생겨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나 혼자만이 아닌 연대와 소통을 확인하는 길이다.
이 길이 열렸다는 것, 국토를 관통하며 이 길을 우리가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 희망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이고, 이 길을 우리 모두가 같이 누릴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한트 국토종주 방법: 국토종주 걷기를 하고 싶은 분은 사단법인 사람길 홈페이지(saramgil.kr)에서 'HANT 클럽' 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