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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익준 Nov 10. 2018

전화 한 통화에.

딱히 안풀리는 일이 없었음에도 이상하게 기분이 바닥을 기는 날이다. 서른줄에 한가롭게 날씨를 타는 것도 아닐테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불안에 떨기엔 아직 잔고도 조금 있는데. 그냥 그런 날도 있다고 모른척 하기엔 제법 따끔거리는 기분이다.

이 와중에 배가 고프다. 그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위안하며, 아무 가게나 들어가 조미료맛 설렁탕을 입에 허겁지겁 구겨넣는데, 너에게 전화가 온다.

받자마자 위치만 물었을 뿐인데 일을 하고 일을 또 하러 가고 있으며, 직급이 오를수록 자신에게 맡겨지는 부담에 대해 토로한다. 말을 너무 빠르게 해서 힘든지 한숨을 크게쉬더니 내 다음 행방을 묻는다. 문구점을 간다고 했더니 연필을 하나 사오란다. 저번에 산 연필 두개의 행방과 하나의 연필을 끝까지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일단 알겠다고 말했다. 너는 다시 일을 해야 한다며 이따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얘기를 듣는 동안 설렁탕을 다 먹어버렸다.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다. 신기하다 참, 전화 한통에. 너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오면 이 사실을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기분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안좋았거든? 응 아니 아침부터는 아니고 아까 잠깐. 근데 설렁탕 먹으면서 너랑 통화를 했더니 급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래도 설렁탕이 맛있었던게 분명해.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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