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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익준 Nov 29. 2018

집냄새

당황스러웠다. 내 기준에 집 냄새라는 건 좋은 냄새가 아니었기 때문에.

 만나면 가장 먼저 너를 안는다. 보고 싶은 만큼은 자주 만날 수 없으니 만났을 때라도 이렇게 네가 잘 있는지 확인한다. 너는 잠시 내 품에 코를 박고 있다가 위를 쳐다보며 말한다. “우리 뭐 먹을까” 나는 그 표정을 지을 때의 네 눈이 좋다. 나는 그 눈을 바라보며 더듬더듬 네 손을 찾아 잡는다. “내가 찾아놨어. 가자”


 같이 걸으며 네가 묻는다. “향수 뿌렸네?” 나는 옷을 다 입고 가슴 중앙에 향수를 딱 한번 뿌린다. 그래야 나도 맡고 너도 맡으니까.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짧게 대답한다. “응”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 되묻는다. “냄새 어때?” 너도 짧게 대답한다. “좋아”

 나는 네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깨를 조금 더 편다. 향기가 너에게까지 잘 퍼지도록. 그리고 괜히 덧붙인다. “향수 냄새가 나한테 잘 안나” 네가 곧바로 대답한다. “향수 냄새도 좋은데, 오빠 옷에서 나는 냄새도 있어” 나는 바짝 긴장했다. 어깨가 다시 움츠러든다. “내.. 냄새?” 너는 다시 내 눈을 보며 대답한다. “응, 맨날 나는데? 오빠 집 냄새”


당황스러웠다. 내 기준에 집 냄새라는 건 좋은 냄새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 시절, 학기마다 집을 육 개월씩 떠났다 돌아오면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집 냄새가 났다. 이 집이 익숙지 않은 사람만 맡을 수 있는 냄새. 고통과 가난, 불화가 여기저기 쌓여 어질러진 집에서 나는 콤콤한 냄새. 상쾌하지 못한 냄새였다. 그게 옷에도 묻어날 줄을 왜 생각하지 못했나. 나는 황급히 몸 구석구석 냄새를 맡으며 물었다.


“안 좋은 냄새야?”

너는 대답했다.

“아니 그래서 좋다고 한 건데?”


나는 냄새를 맡던 것을 멈추었다. 의아했다. 집 냄새가 어떻게 하면 좋을 수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러려면 집 냄새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를 말해야 했기에 아~ 하고 대답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

 

밤이 되고 나는 너를 안고 누웠다. 머리카락에서 익숙한 냄새가 난다. 너의 집 냄새다. 냄새는 조금씩 이불을 타고 흘러와 내 볼을 쓰다듬었다. 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을 때마다 부드러운 집 냄새가 퍼진다. 익숙하지 않은 집에 사는 사람. 햇살이 들어오는 자그마한 방. 나는 네 방의 모습을 그린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머리칼을 헤집어놓자 네가 투덜거린다. 그만 만지란다. 나는 콧소리로 작게 웃으며 머리칼을 만져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속으로 말한다. “미안, 네 냄새가 좋아서 그랬어.”


그건 냄새가 아니라 향기였다. 집 냄새는 향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나는 뭘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를 잠깐만 안고 있어도 그게 착각이었음을 자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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