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뜬 눈으로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걱정이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 되고 말 거야. 누가 이 굴레에서 좀 꺼내준다면 참 고맙겠는데. 내일도 모레도 회사에서 나에게 던져질 일이 예정된 통증처럼 느껴져 두렵고 갑갑했다.
깊숙하게 묵혀둔 꿈은 이제 빛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다 붙잡을 자신도 없는걸. 항상 삶은 잦은 판단착오에 대한 깊은 후회로 범벅이 되었고, 스스로 무기력함을 인정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이번에도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텅빈 주머니 속에는 똑같은 내일 뿐이었다.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닌 내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