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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익준 Dec 08. 2018

자꾸 조심스러운 걸


오늘따라 그녀의 퇴근이 늦다. 두 시간 전에도 너와 통화는 했지만 아무래도 12시가 넘어가니 걱정이 앞선다. 보통 일할 때는 전화나 문자를 남기지 않는 편이지만 걱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마디 남겨두면 이따 끝나고 보겠지 하고 문자를 치려고 하는데 너에게 전화가 온다. 나는 깜짝 놀라며 받았다.


끝나써어어어

와 나 방금 너한테 문자 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딱 왔어

웅?

웅 내가 근데 너 늦게 일하니까 문자를 한번 해봐야 하나.. 싶어서 치고 있는데 전화 오더라고

아 그래?

근데 보통 일할 때 방해될까 봐 잠깐 고민했어 ㅋㅋ

이럴 땐 문자를 보내야 해? 아니면 가마니에 들어가 있어야 해? ㅋㅋ

(나는 가만있어야 한다는 말을 이렇게 늘려 말하곤 했다)


너는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럴 땐 문자를 해야 하는 거라고. 나는 잘못한 아이처럼 대답했다. 다음부터는 꼭 문자를 하겠다고 했다. 네가 일하는데 방해될까 봐 그랬다고 얼른 덧붙였다. 나는 네 앞에서 아이가 된다. 뭐든지 잘 표현 못하는 아이. 그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걸로 질문을 한다. 너는 너무 졸리다고, 집에 가서 전화하겠다고 한다. 나는 얼른 그러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통화가 끝나고도 핸드폰을 매만진다. 네가 눈 붙이는 동안만이라도 옆자리가 조용했으면, 지하철이 살살 달려주었으면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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