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에게 군대에서 갈고닦은 야식의 정수를 소개하고 싶었다.
엄마가 요즘 두 가지가 늘었다, 일단 뭘 배우러 밖에 나갈 일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56세의 나이든 몸이 힘들다고 시위하는 일도 잦아졌다. 나가면 힘이 난다고 하더니 나갔다 오면 힘이 없어서 죽겠다고 하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특히 밤이 되면 엄마는 앓는 소리를 많이 한다. 멀쩡히 티브이를 보다가 갑자기 아이고. 한다. 나는 방에 있다가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아 거실을 나가본다. 응? 엄마 뭐라고? 엄마는 꼭 대답을 늦게 한다. 내가 한번 더 응?이라고 되물으면 그제야 대답한다. 아니야~ 힘들어서 그래 ~
"아니 뭐 나가면 좋다더니 그래?".
"아유 그러니까."
뭐가 그렇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 지갑을 챙긴다. 아 엄마 가만있어봐 내가 잠깐 나갔다 올게. 이냥반 야식을 좀 드셔야 겠다고. 엄만 이 밤에 어딜 나가냐고 한다. 나도 출출해서 그런다고 대답한다. 편의점을 갈 거라고 했다. 엄마는 딱히 더 이상은 말리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야식의 정수를 알려주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대학시절과 군생활 동안 갈고닦아온 야식의 최고봉들을 고른다. 육개장 라면, 훈제란, 바베큐바(냉동식품). 한아름 안고 집에 들어오니 엄마가 놀란다. 육개장을 사 왔냐고. 나는 이게 얼마나 맛있는지 아냐고 으쓱대며 물었다. 엄마는 딱히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마 '네가 뭐 알아서 잘 사 온 것 같은데 딱히 관심이 있다는 건 아니고 이따 맛이나 봐야겠다'라는 뜻으로 보인다. 나는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육개장을 뜯어 라면스프를 붓는다. 엄마는 모든 준비가 끝날 때까지 처음 내가 거실에 나와서 안부를 물었던 그 순간의 자세로 누워있다. 사발면이 다 끓여지자 나는 엄마를 부른다. 훈제란을 하나 까서 엄마 육개장 속에 넣었다. 이렇게 먹는 거라고. 엄마는 끄덕거리며 말없이 라면을 먹는다. 나는 엄마의 평가가 궁금했다.
"엄마 어때."
"....(라면을 먹는다)"
"응? 맛 어떠냐고"
"(면을 이로 끊으며)... 이거 맛있다.."
나는 목에 힘을 주었다. 야식의 정수를 맛보게 해 준 것이 뿌듯했다. 이 정도면 꽤 만족한 것 같다. 나는 신이 나서 다음에는 진짜 야식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뽀글이를 아냐며, 거 뽀글이로 말할 것 같으면 군대 근무할 때 야간에 나가서 추운 초소 근무를 할 이유를 제공해주는 유일한 그 어떤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상징성을 갖춘 음식이라고 실컷 말하고 있는데 엄마가 잘 안 듣는 것 같아서 그만했다. 머쓱해져 먼저 대충 먹은 자리를 치우고 나는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밖에서 엄마가 조카 영상을 보고 웃는 소리가 난다. 기운이 좀 나시나 보다. 안도하고 다시 내 할 일을 한다. 다음엔 조금 더 깊은 야식의 정수를 보여드려야겠다. 꼭 뽀글이를 경험케 해드리고 말 것이다. 그게 진짜 얼마나 맛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