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뒤의 공허

드디어 완결했고, 9일이 지났다

by 리재

정말 쓰기 싫은 글을 드디어 끝냈다. 이렇게 오래 걸려서 한 작품 완성할 게 아닌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

자료 조사가 오래 걸리는 작품도 아니었고, 조각사가 조각을 완성하듯 덩어리를 깎아내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저 너무 쓰기 싫어서 꾸역꾸역 억지로 쓰느라 힘겹게 허덕이며 여기까지 온 것에 불과하다.

폭력적인 표현이지만, 이 '꾸역꾸역'이 너무 싫어서 원고를 불지르고 찢고 싶은 생각을 수없이 했었다. 쓰기 싫은 생각과 자존심 사이에서 버티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닌 뭔가를 완성하긴 했다.

일년 넘게 걸린 완결고를 송고하고, 9일이 지난 오늘 담당자에게 메일을 받았다. 플랫폼에서 출간 프로모션으로 어떤 걸 줬는지 안내하는 내용이었는데, 냉정하게 꿈도 희망도 없는 프로모션이었다. 노출영역이 적고, 독자에게 주는 혜택이 별로 없어서 독자 관심도가 낮은 그런 프로모션. 내가 독자일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그런 걸 내 작품이 받게 되었다고 한다.

맥이 탁 풀렸다. 작품을 억지로 뱉어냈으니 내 작품이 훌륭한 프로모션을 턱턱 받아낼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막상 눈앞에 결과가 나오니 성적도 예상이 되고, 출간날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

처음 작품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떨리고 기대되던 그 마음이 더는 내게 없다.

아무도 관심 없고 거들떠도 안 보는 게 겉지표로 다 드러나게 될 그 순간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불안만 남았다. 누군가는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정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이 나에게는 말끔히 차려입은 군중 사이에 혼자 벌거벗은 채 서있는 것 같은 커다란 수치심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완결고 송고하던 그날만큼은 후련하기도 했고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안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출간날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다음 작품도 이럴텐데'라는 좌절만 남아있다.

뭔가를 개선해서 더 잘되게 해보자는 건강한 마음 따위, 먹어야 한다고 머리로 알고만 있지 전혀 와닿지 않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내가 먼저 놓지 않는 한 몇 년이고 이어질 것 같은 늪이다.

나도 알고 있다. 어차피 안 될 것 같다는 맥 빠진 마음으로 쓰니 글이 쓰기 싫을 수밖에 없고 글럼프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돌파구를 찾을 방법을 모르겠다. 신작을 시작해야 하는데, 여전히 '이 작품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해서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다.

매번 망하면서 꾸역꾸역 버티고 쓰기만 하는 게 나는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도 싫다. 그게 괜찮은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난 괜찮은 사람이 아니니까.

<금쪽같은 내새끼> 방송을 보니, 부모가 학습을 강요하지도 않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지만, 아이의 기질 자체가 남보다 못한 자신을 못 견뎌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아픈 그런 사례가 나왔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야 될 일을 안 하며 살 수는 없는데, 걔나 나나. 내가 그 아이 나이의 두 배쯤 되는데 난 아직도 방법을 못 찾은 것 같다.

내가 하꼬 작가라고 무시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 그냥 나 혼자 미칠 것 같고, 다음 작품은 평타라도 쳐야 할 것 같은데 못 그럴까봐 무서워서 잠을 못 잔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그만 써야 하나? 계속 쓴다면, 이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어떻게 벗어나서 글 자체를 즐길 수 있을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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