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못하는 작가의 하루

글럼프, 언제 끝나나?

by 리재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인은 출근해서 일을 한다. 당연히 작가면 글을 써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쓰지 못할 때가 있다.

처음 하루이틀은 그럴 수 있다. 기계가 아니니까 글이 안 나오는 날도 있으려니, 오늘 하루는 쉬면서 충전하자, 그런 생각으로 불안을 잠재우려 하게 된다. 이것이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면 점점 초조해진다.


'글 못 쓰는 기간이 장기화되면 어쩌지?'


이 생각은 상상 이상으로 공포스럽다. 주변 작가들 말대로 아무 생각없이 쉬어도 보고 여행도 가보고, 영화관에 가거나 쇼핑도 해보지만 소모성 하루가 될뿐 글이 나오지 않는 날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쫓기는 기분이 결과적으로 글쓰는 행위를 더 막는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잠재울 수가 없다.


글이 안 나오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건 생계에 대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글이 써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써지는 사람한테나 해당되는 말이다.

써도 반응이 없으면 어쩌지?

출간했는데도 돈을 못 벌면 어쩌지?

성적이 안 좋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글을 쓰는 일이 전혀 즐겁지 않은 것은 물론, 글쓰기 자체가 부담스럽고 무서운 일이 된다.

장기간 정체를 겪으면서 부수입 활동이라든가 이직을 고려해보지 않은 작가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원한다고 해서, 노력한다고 해서 돈 벌 수단이 척척 구해진다면 불안정에 대한 불안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글을 쓰지 못하는 작가의 하루는 이렇다. 오늘 하루도 똑같이 흘러갈 거란 생각에 눈을 뜨자마자 쫓기는 기분을 느끼며 상쾌하지 못하게 잠에서 깬다. 구직 사이트에서 들어온 면접 제안은 없는지, 새로 올라온 공고는 없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중고장터에 올린 물건이 팔렸는지 수시로 체크한다. 팔린 게 있으면 택배 포장하고 배송을 보내는 등 소일거리를 하면서 오전을 보낸다.

감을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이 쓴 소설을 읽고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보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다 기분이 좀 괜찮아지면 원고를 쓰려고 시도해본다. 내가 쓰는 글이 얼마나 마음에 안 드는지 확인하고 원고창을 닫는다. 그리고 이 처참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할 만한 무언가를 찾아 핸드폰과 컴퓨터를 뒤진다. 그러다보면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잘 준비할 시간쯤이 된다.

공허함과 무력감을 느끼며, 대체 이 원고는 언제 끝낼 수 있는 건가, 이제 잘 쓰려고 고집 부릴 때는 지났고 억지로라도 끝내야하나 하며 책임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임감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다 곧 그런 생각을 한 것에 자책하며 글쓰는 게 정말 내 길이 맞는지 다시 생각한다.


오늘도 다를 것 없는 하루다. 어제와 같은데 여기서 다른 해프닝이 생기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따금 '양'으로만 치면 꽤 원고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그게 다음날로 이어지거나 글을 쓰지 못하는 순환 고리를 깨트리진 못한다. 조언을 해주던 작가들도 지쳐하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면 점점 포기하게 된다. 포기하지만 마감해야 하는 원고는 여전히 남아있는 게 수렁이다.


내일은 쓸 수 있을까?

다음주는?

다음달은?

당장 이 원고가 끝나도 그 다음은 어떡하지?


내일이 오늘과 똑같다면 답은 당연히 정해져있을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그 과정을 여기에 기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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