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는 것부터가 만만하지 않다
요즘 SNS 광고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글쓰기가 참 쉬웠어요. 연봉 1억 버는 작가 되기’가 나온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전하는 것과 정말 ‘마음을 먹는 것’은 많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지망생 타이틀을 달고 작가 커뮤니티를 오가지만, 작가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맛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금세 도망치기 일쑤다.
내 글이 세상에 보이게 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야 작가가 된다. 그래서 출판 시장에서 내 글을 원하게끔, 작가는 시장조사에 열을 올려야 한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려 작가가 되었지만,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데서 회의감을 느끼고 떠나는 이들도 많다.
당연히, 쓰고 싶고 쓸 줄 아는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출간이 가능하게끔 타협이 필요하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키려면 글 외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다 보면 ‘글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하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글 실력을 높이고 쉬지 않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책 한 권을 내기까지 가장 쉬운 과정이 어떻게 보면 글을 쓰는 것이고, 그 밖의 험난한 과정들이 작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글 실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내 글 성격과 맞는 출판사들을 찾아내고, 투고를 하는 데에도 꽤 시일이 소요된다. 사실상 많은 지망생들이 투고를 몇 군데 해보지도 않고 벌써 지쳐하고, 바로바로 합격하지 않는 것에 빨리 기죽는다. 또 합격하지 못하면 금방 글에 대한 자존감이 떨어져 펜을 놓는다.
운 좋게 어떤 출판사와 연이 닿아 출간 계약을 하게 되면 다 끝날까?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좋은 출판사와 아무 문제 없이 출간까지 성공한다면, 이후 몇 부를 팔든 그건 신의 뜻에 맡기면 된다. 그러나 출판사와 함께 일하며 겪게 되는 불협화음은 생각보다 흔하고, 상식 이상의 일이 일어나기도 하며, 힘없는 작가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어디에도 이 사실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내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이 없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역공을 당할 수 있어서, 법률 자문을 받자니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커서. 결국 상처만 입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작가의 세계는 겉으로 보는 것처럼 마냥 아름답기만 하진 않다. 보호해 주는 테두리가 없기에 오히려 더 고되고 외로울 때도 많다. 이런 걸 다 겪어낼 각오가 되어 있어야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겪어내는 과정 중에 있다.
작가의 길을 만만하게 본 적은 결코 없지만, 내가 상상해 왔던 틀보다 훨씬 가파르다.
작가로 살면 그전에는 겪지 못했던 좋은 일도, 숨 막히는 일도 많다. 모르고 겪으면 상처지만 알고 부딪히면 그나마 낫다.
그래서 이 글은, 마음먹고 단단해지길 바라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사람들을 위한 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