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이라는 이름의 대기 상태
우리는 행동하기 전에
자주 멈춘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조금만 더 상황을 보고,
조금 더 확실해지면 하자고 말한다.
겉으로는 신중함 같지만
실은 보류에 가깝다.
이 보류에는 늘 이유가 붙는다.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고,
아직 준비가 덜 됐고,
괜히 시작했다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이유들.
판단은 이 보류를
아주 합리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무책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문제는
이 보류가 길어질수록
삶이 가만히 멈춘다는 데 있다.
몸은 멈춰 있는데
생각은 계속 움직인다.
해야 할 것 같고,
뭔가 잘못된 것 같고,
그 상태로 긴장이 쌓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에너지는 계속 빠져나간다.
보류는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안전한 대신
아무 장면도 남기지 않는다.
삶은
판단이 끝나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판단은
움직인 뒤에야 가능해진다.
걸어봐야
멈춰야 할 이유가 분명해지고,
시도해 봐야
고칠 수 있는 판단이 생긴다.
보류는 나를 보호하는 선택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삶을 유예하는 습관이 된다.
지금의 나는
삶을 지키고 있는 걸까,
아니면
판단이라는 말로
내 삶을 잠시 미뤄두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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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나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잠시 멈춘 것인가,
아니면
선택을 미루기 위해
판단을 사용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