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는 것보다 드러나는 것이 무서워진 시대
예전에는 실패가 무서웠다.
잘못된 선택, 틀린 결과, 돌아갈 수 없는 실수.
그래서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실패보다
미완성인 상태로 드러나는 것이 더 불편해졌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
완성되지 않은 결과,
말하다가 멈춘 문장.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일이
괜히 부끄럽게 느껴진다.
실패는 끝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미완성은
지금의 나를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실패는 설명할 수 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이야.”
하지만 미완성은 설명이 어렵다.
아직 가는 중이고,
아직 판단이 끝나지 않았고,
아직 나 자신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완성인 상태를 오래 숨긴다.
조금 더 다듬고,
조금 더 정리하고,
조금 더 괜찮아질 때까지.
문제는
그 사이에
삶의 장면이 늦춰진다는 점이다.
실패를 피하려는 태도는
신중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완성을 숨기려는 태도는
삶을 관객석으로 밀어낸다.
드러나지 않으면
평가받지 않는다.
평가받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삶은
완성된 모습으로만 살아지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움직인다.
미완성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흔적이다.
그리고 그 흔적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삶은 비로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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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정말 실패일까,
아니면
아직 다 되지 않은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