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늘어날수록 기준은 흐트러진다.
브랜드가 잘 안 되는 것 같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손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슬로건이다.
새로운 문장을 만들고,
더 센 말을 붙이고,
지금 상황에 맞는 표현을
하나 더 얹는다.
그러다 보면
브랜드에는 어느새
여러 개의 슬로건이 붙어 있다.
문제는
슬로건이 많아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슬로건이 많아진 이유다.
대부분의 경우
말을 더해야 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약해졌기 때문에
슬로건이 늘어난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으니
말을 추가해서 덮으려는 것이다.
슬로건이 많아질수록
브랜드는 친절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브랜드는
한 번에 하나의 인상만 남길 수 있다.
여러 문장을 동시에 던지는 순간
그 인상은
희미해진다.
각 문장이 틀린 말이 아니어도
함께 있을 때
힘을 잃는다.
특히
슬로건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하면
브랜드의 태도는
읽히지 않는다.
이 브랜드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슬로건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관리되지 않을수록 위험해진다.
태그라인과의 관계,
캐치프레이즈와의 역할 분리,
지금 이 문장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이 구조가 없으면
슬로건은
그저 소음이 된다.
좋은 브랜드는
말을 늘리지 않는다.
대신
말의 자리를 정리한다.
지금 이 문장은
기준을 말하는지,
상황을 말하는지,
주의를 끌기 위한 것인지.
이 구분이 분명할수록
브랜드의 언어는
단단해진다.
슬로건을 줄인다는 것은
말을 아끼겠다는 뜻이 아니다.
기준을 믿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이미 정해둔 방향이 있다면
굳이 매번
새로운 말을 만들 필요는 없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더 많은 문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덜 말해도
같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일이다.
슬로건이 줄어들수록
브랜드는
오히려 또렷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