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와 상황에서 시작된다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거의 비슷하다.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인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무엇이고, 이미 갖고 있는 기술이나 경험은 무엇인가.
많은 사업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사업이 안 되는 이유는 대부분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출발점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는 순간,
시선은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접힌다.
사람의 문제보다 나의 능력이 먼저 보이고,
시장은 나중에 맞춰야 할 대상으로 밀려난다.
이때부터 사업은 공급자의 논리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런 장면이 반복된다.
열심히 만들었다.
퀄리티도 나쁘지 않다.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선택은 일어나지 않는다.
필요 없어 보여서가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걸 바꿀 만큼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흔히 나오는 판단은 비슷하다.
마케팅이 부족한가, 브랜딩이 약한가, 포장이 덜 고급스러운가.
그래서 겉모습부터 바꾼다.
디자인을 손보고, 가격을 조정하고,
‘상품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외형을 다듬는다.
하지만 핵심은 거기에 없다.
핵심 고객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상품이 아니라 제품에 머문다.
제품은 물건이거나 서비스 그 자체다.
무엇을 하는지는 설명할 수 있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의 어떤 상황을 해결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반대로 상품에는 항상 전제가 붙는다.
‘누구의’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이 전제가 명확할수록, 선택은 쉬워진다.
상품은 기능이 아니라 상황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사업이
이 전제를 세우기 전에
이미 제품부터 만들어버린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고,
결국 아무도 굳이 선택하지 않는 것이 된다.
지금은 이 문제가 더 자주 반복된다.
솔루션을 만드는 난이도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AI 도구로 웬만한 기능은 바로 구현할 수 있고,
혼자 못하는 일은 협업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이제 만드는 능력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
그래서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고르느냐에서 갈린다.
사람들은 문제를 느끼면서도
그걸 문제라고 말하지 않는다.
불편해도 참고 쓰고,
불만이 있어도 익숙한 걸 선택하고,
조금 불안해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면 그대로 간다.
그래서 시장에는 늘
‘이미 쓰고 있지만 만족하지는 않는 상태’가 존재한다.
이 상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요구로 표현되지도 않고,
불만으로 크게 터지지도 않는다.
그냥 선택이 유지될 뿐이다.
기획자가 봐야 할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한다고 말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상황을 감수하고 있는지다.
무엇을 불편해하면서도 그냥 넘기는지,
왜 불만이 있어도 대안을 찾지 않는지,
그 선택이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은 혼자 다 잘할 필요가 없는 시대다.
기획의 역할은
모든 걸 직접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문제를 고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연결하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이
그들의 문제들을 견디며 살고 있는가로.
이 질문을 먼저 던지는 순간,
아이템보다 상황이 보이고,
기능보다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 지점을 보기 위한
사고의 기준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