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없는 공급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이미 시작에서 정해진다

by 이키드로우

수요 없는 공급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대부분은 아주 익숙한 선택에서 시작된다.

무엇을 팔지 정하기 전에,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먼저 정하는 순간이다.


이때 사업은 이렇게 움직인다.

아이디어가 먼저 나오고,

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이 붙고,

마지막에 “누가 이걸 쓸까”를 고민한다.

순서가 거꾸로다.


이 구조에서는 수요가 검증될 수 없다.

왜냐하면 수요는

만들어진 것에 대해 사후적으로 붙는 게 아니라,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 주변의 문제상황을

인식하는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수요 없는 공급의 첫 번째 특징은

제품 설명이 많다는 것이다.

왜 이 제품이 좋은지,

왜 이 기능이 필요한지,

왜 이 방식이 합리적인지.

말은 많은데 선택은 없다.


이건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브랜딩의 문제도 아니다.

애초에 선택의 이유가 없는 상태다.


사람들은 새로운 걸 선택할 때

‘좋아 보여서’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쓰고 있는 걸 포기할 만큼의 이유가 있을 때만 움직인다.

그 이유는 대부분 기능이 아니라 상황에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 선택이 더 낫다고 느껴질 때다.


하지만 공급에서 시작한 사업은

이 상황을 보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가정한다.

“이 기능이 있으면 필요할 것이다.”

“이 정도면 불편을 해결해 줄 것이다.”

가정은 많지만,

이미 존재하는 선택을 이길 이유는 없다.


그래서 수요 없는 공급은

대체로 ‘나쁘지 않은 제품’이 된다.

문제는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선택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 특징은

대상이 넓다는 것이다.

“누구나 쓸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그건 특정한 수요가 아니라

막연한 기대에 가깝다.


대상이 넓을수록

시장 상황이 흐려지고,

결국 제품은 평균적인 설명만 남는다.

이때 제품은 상품이 되지 못한다.


상품이 되려면

항상 문장이 완성돼야 한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왜 이걸 선택하는지.

이 문장이 완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건 여전히 제품이다.


수요 없는 공급은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문제를 고르지 않고

제품을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다.


지금은 이 문제가 더 자주 반복된다.

만드는 게 쉬워졌기 때문이다.

도구는 충분하고,

기술은 빠르게 복제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지점에서 멈춘다.


하지만 사업은

만들 수 있는 것의 목록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 어디인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들은 불편을 느껴도

대부분 그대로 쓴다.

불만이 있어도

당장 바꾸지 않는다.

이 ‘참고 견디는 상태’가

진짜 수요의 형태다.

또는 그들에게 필요하지만

아직 인지되지 못한 수요들도 있다.


기획자가 해야 할 일은

이 상태를 포착하는 것이다.

새로운 걸 상상하는 게 아니라,

이미 주변에 널려 있는

불편, 불만, 분 안의 환경을 해석하는 것이다.


수요 없는 공급은

시장을 몰라서 생기지 않는다.

시장을

‘나중에 맞춰도 되는 것’으로 취급할 때 생긴다.


순서를 바꾸지 않으면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

무엇을 만들까 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가.

그 질문이 먼저 와야 한다.


이 질문 없이 시작된 사업은

대부분 비슷한 지점에서 멈춘다.

잘 만들었지만,

굳이 선택되지는 않는 상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