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사람의 본질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이 일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가는지에 대하여

by 이키드로우

이 일을 20여 년 동안 해오면서 분명해진 건,

브랜딩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 일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가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일 이야기로 시작한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지금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를 바꾸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대화를 조금만 이어가다 보면

이야기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버텨왔는지,

비슷한 상황 앞에서

왜 늘 같은 장면으로 돌아오게 되는지.


이 질문들은

일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깝다.


브랜딩은

사람의 삶을 건너뛸 수 없다.

우리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속도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고,

그 살아온 시간의 축적이

지금의 말투와 태도, 반응 방식을 만든다.


어떤 사람은

관계를 우선하며 하루를 운영해 왔고,

어떤 사람은

결과를 중심으로 삶을 정렬해 왔다.

어떤 사람은

안정적인 선택을 반복해 왔고,

어떤 사람은

불안하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움직여왔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 반복된 삶 속에서

무엇을 지켜왔고,

무엇을 포기해 왔는지가 만든 결과다.

그 지점에서 비로소

사람마다 가치관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래서 브랜딩은

말을 정리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 삶 속에서 어떤 기준을 세워왔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지점을 통과하지 않으면

브랜드는 만들어질 수는 있어도

지속되기 어렵다.


상황이 조금만 바뀌어도

말과 행동이 어긋나고,

결정의 순간마다

기준이 흔들린다.

그때마다 설명은 늘어나지만

방향은 분명해지지 않는다.


삶을 통과하지 않은 말은

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다.


그래서 이 일은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다.

우리는 브랜드가 되려는 사람들의 삶을

한 번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생활의 방식이 흔들리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선택의 이유가 질문을 받는다.

스스로도 명확히 말해본 적 없던 기준들이

그제야 언어로 드러난다.

이 장면은 대부분 불편하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브랜드는 비로소 방향을 갖기 시작한다.


정리된 말에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살아온 삶의 흐름 속에서

드러난 가치관에서

브랜드는 출발한다.


나는 이 일을 하며

누군가를 바꾸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브랜드가 되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이미 형성된 가치관을

확인하고 있다는 감각을 더 자주 느낀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든다고 말하기보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기준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함께 돌아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일을 오래 할수록

‘이것이 정답이다’라는 확신은 줄어든다.

대신 책임은 더 분명해진다.


브랜드가 되려는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가볍게 다루지 않겠다는 책임이다.


브랜딩은 제품을 설명하거나

일을 설명하는 작업이 아니다.

이 일은

브랜드가 되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형성된 가치관을

끝내 마주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쉽지 않고,

그래서 가볍게 말할 수 없으며,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이 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