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왜 자주 어긋나는가

말은 존재하는데, 왜 사람들에게 닿지 않는가

by 이키드로우

브랜딩에서 실패는

대개 결과에서 드러난다.

반응이 없거나,

전달되지 않거나,

기억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긋남은

훨씬 앞의 단계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경우

하고 싶은 말은 이미 존재한다.

머릿속에 있고,

입 밖으로도 몇 번은 나와봤고,

설명도 나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닿지 않는다.


문제는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말이 무엇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가다.


번역이 어긋나는 첫 번째 지점은

삶을 반영하지 않고 건너뛰었을 때다.

삶을 충분히 통과하지 않은 채,

가치관만 서둘러 요약하면

말은 빠르게 만들어지지만

의미는 얇아진다.


그 말은

정확해 보이지만 낯설고,

정돈되어 보이지만 익숙하지 않다.

삶을 통과하지 않은 말은

말과 행동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

사람들은 그 차이를 즉각 알아본다.


두 번째 어긋남은

사람이 아니라

시장부터 보려고 할 때 생긴다.

경쟁을 먼저 분석하고,

차별점을 먼저 찾고,

유행하는 어휘를 먼저 가져온다.


그 순간,

내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가

내 브랜드를 채운다.


삶에서 나온 언어가 아니라,

비교에서 나온 언어가

브랜드 안에 똬리를 틀고 앉는다.

그래서 말은 점점 비슷해지고,

어디선가 이미 본 것 같은

표현들로 채워진다.


세 번째 어긋남은

속도에서 발생한다.

빨리 정리하고,

빨리 공개하고,

빨리 반응을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번역은

빠른 속도를 견디지 못한다.

서두를수록

의미는 빠지고,

남는 것은 그럴듯한 형식뿐이다.


그럴듯한 형식은

쉽게 소비되지만

그만큼 쉽게 사라진다.

의미를 잃고 마음에 가닿지 않는 말은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또 하나의 어긋남은

말을 안전하게 만들려는 순간에 생긴다.

오해받지 않기 위해

모호해지고,

부정확해지지 않기 위해

무난해진다.


그 결과

말 자체는 틀리지 않지만

아무런 임팩트 없이

소통에 실패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닿는 말은

항상 정확해서도 아니고,

항상 친절해서도 아니다.

그 말이

어떤 삶을 반영하고 있는지가

느껴질 때 닿는다.


그래서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브랜드 주체의 삶을 최대한 충실히 반영하려는 태도.

무엇을 덜어낼지,

어디까지 지킬지,

어떤 표현만큼은 포기하지 않을지에 대한 태도.


그 태도가 없으면

마치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말은 계속 낯설어지고

그러다 보면 자꾸 말을 바꾸게 된다.

조금 반응이 없으면 고치고,

조금 어색하면 바꾸고,

조금 불편하면 덮어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바뀐 말들은

끝내 하나의 방향을 갖지 못한다.


번역이 제대로 되었을 때의 신호는

의외로 단순하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한다.

질문이 줄고,

이야기의 맥락은 자연스럽다.


그때 비로소

브랜드의 말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번역은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다.

지속해서 점검해야 하는 태도에 가깝다.

삶이 변하면

말도 함께 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일을 하며

번역이 제대로 되었다는 순간을

감지하는 기준이 하나 생겼다.


말이 편해지고,

설명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그 말을

자기 말처럼 쓰기 시작할 때다.


그 순간에야

우리는 알게 된다.

단순히 말을 잘 만든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끌고 가는 주체들의 삶이

제대로 브랜드에 옮겨졌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