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나는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다

by 이키드로우

이쯤 되면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결국

브랜드란 무엇이었을까.


조건이라고 말했고,

태도라고 말했고,

지키지 못하면 사라진다고도 했다.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고,

삶을 건너뛸 수 없다고도 말했다.


그 모든 말은 사실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말들만으로는

이 일을 계속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왜냐하면

브랜드라는 일은

끝까지 논리로만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일을 하며

수없이 흔들리는 장면들을 봤다.

기준이 무너지는 순간,

조건이 내려앉는 선택,

합리화와 변명이

조용히 브랜드를 갉아먹는 과정.


그 결과로

실제로 사라진 브랜드들도

적지 않게 봤다.

말과 스토리는 남아 있었지만,

사람들의 선택지에서는

이미 빠져 있던 상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 일이 쉽다고 말하고 싶지 않고,

늘 보람차다고 미화하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이 일은

자주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고,

말을 아끼게 만들고,

결론을 늦추게 만든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 일이 나를

브랜드 전문가로 남기기보다

사람을 더 깊게 보게 만드는 쪽으로

데려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말 뒤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지금 서 있는 태도가 있었다.

그걸 외면한 채

브랜드만 만들 수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를 대신 만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더 분명히 말하게 되었다.

대신

그 사람이 스스로를 마주하게 만드는 일,

자신이 어떤 기준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만드는 일에

조금 더 오래 머물게 되었다.


그 과정은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빠른 결과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나는 그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브랜드가 성립되는 순간은

클라리언트들이 자신의 삶을 마주하고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각오를 다질 때야 비로소

조용히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이 일이 어디까지 나를 데려갈지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일은

나를 돈보다 사람을 남기는 쪽으로

계속 데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일을 한다.

쉽지는 않지만

매번 사람들을

그들 자신과 마주하게 하는 것에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이 말이

계속 묵직하게 다가온다면

아마도

당신은 이미

브랜드가 되기 시작한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