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다고 믿었던 시절, 나는 그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누릴 수 있었지만, 길게 지속될 수는 없었던 자유에 대하여

by 이키드로우


나는 한동안 자유를

책임질 것이 많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했다.


결혼 전의 시간이었다.

내 시간을 비교적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돈도 아주 넉넉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쓰고 싶은 방식으로는 쓸 수 있었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찾아들었다.


연애를 하고 있었고,

그때의 연인에게 편지를 쓰거나

그림책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 가까워 보인다.

조건만 놓고 보면 분명 그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을 마음껏 누렸다는 기억은 많지 않다.


그 시절의 자유는

현실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자유라기보다

그 시기에만 잠시 허락된,

길게 이어질 수 없는 자유에 가까웠다.


결혼 전이라는 시간,

책임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이라는 조건,

혼자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던 환경이

겹쳐져 만들어낸

일시적인 자유였다.


어쩌면 그 자유는

처음부터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자유를

있는 그대로 누리지 못했다.


나를 붙잡고 있었던 건

자유의 한계가 아니라

일에 대한 압박이었다.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아웃풋을 내야 한다는 부담,

지금 이 시간을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하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


그래서 나는

분명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자유 안에서 완전히 쉬지 못했다.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은 생에서 아주 짧은 시간이었고,

다시는 같은 조건으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자유는

길게 지속될 수 있는 자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명

누릴 수 있었던 자유였다고.


자유롭고 좋았다고.

그러니

그 자유를

조금 더 누려도 괜찮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