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나는, 돈에 대해 조금 느슨해도 괜찮았다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중으로 미뤄두었던 시간

by 이키드로우

혼자였던 시절,

나는 돈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얼마를 벌어야 안정적인 삶인지 같은 질문을

그때의 나는 크게 붙잡고 있지 않았다.

그 질문들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으로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나는 돈이 많지 않아도

풍요로운 삶이 가능하다고 믿는 편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다만 가족 구성원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돈의 크기보다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그 시간에 나를 업그레이드시켜줄

어떤 일을 하는지가

삶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많이 벌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나를 무책임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삶의 다른 지점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내가 가장 분명하게 붙잡고 있던 건

돈이 아니라 전문성이었다.


대학 4학년 무렵,

사회로 나갈 진로를 고민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마케팅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공이었던 시각디자인과는 별개로

책을 찾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디자인을 넘어선 맥락을 이해하려 애썼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였지만,

어떤 방향의 사람으로 일할 것인가는

미룰 수 없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벌기 위한 준비’보다

‘나라는 사람의 결을 쌓는 일’을 먼저 했다.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언젠가는 의미가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 속에서.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유일하게 미뤄두었던 건

돈을 많이 버는 일이었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확신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시절의 나는

돈을 미루는 대신

나 자신을 앞당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