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는 선택 앞에서 사라진 나만의 시간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나는 ‘자유롭다’는 말을
예전처럼 쉽게 쓰지 못하게 되었다.
아내와 삶을 바라보는 우선순위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걸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에서
나는 점점 자유롭지 않다는 감각을 자주 느꼈다.
솔직한 마음으로 말하면
나는 내 전문성과
내 안에 있는 재능들을 발현시키는 데
시간을 쓰고 싶었다.
그게 나를 나답게 만든다고 믿었고,
그 시간을 쌓아야만
앞으로의 삶도 단단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부양하고,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일은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되었고,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일을 택하는 순간,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현실과
마찰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자유를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갔다.
첫째가 태어나면서부터
그 감각은 더 분명해졌다.
시간은 더 촘촘해졌고,
선택은 더 무거워졌다.
자유는 더 이상
개인의 감각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나는
자유를 잃었다고 느꼈던 걸까,
아니면 자유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던 걸까.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자유가 사라졌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자유가 혼자만의 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함께 산다는 선택은
자유를 없애기보다는
자유를 다시 정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정의는
아직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자유롭고 싶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한다.
그 말 뒤에 따라오는
책임과 무게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