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이 자유보다 먼저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시작된 삶

by 이키드로우

첫째가 태어나고,

곧이어 둘째가 연년생으로 태어났을 때

책임은 내 어깨를 거의 짓누르듯 올라앉았다.


그때부터 나는

자유를 생각하기보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기 시작했다.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도망칠 수 없는 조건처럼 느껴졌다.


가정은 아내에게 던져둔 채

나는 ‘돈을 번다’는 명분으로

밖으로 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명분은

나를 자유롭게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끊임없이

무언가에 쫓기는 삶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버텼지만

돈을 진짜 많이 번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늘 불안했고,

쉴 수 없었다.


아내는 그런 내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 시기에

아내와의 마찰은 가장 심했다.


아내는 말했다.

돈이 없어도 괜찮다고,

그래도 살 수 있다고.


나는 그 말이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렸다.

돈 없이 어떻게 사느냐고,

그건 현실을 모르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아내는 아내대로

내가 가정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느꼈고,

그 불만은 점점 쌓여갔다.

나는 나대로

책임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눌려

우울한 날들을 견뎌내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우리는

같은 현실을 보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내에게 책임은

함께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였고,

나에게 책임은

혼자서라도 반드시 짊어져야 할 짐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자유와 책임을

서로 맞바꿔야 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임이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순간,

더 이상의 자유는 없다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책임이 생겼다는 사실보다

그 책임을

혼자서만 짊어지려 했다는 선택이

나를 더 고립시키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