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어필할 뿐, 할인하지 않는다.

가격과 가치의 균형 잡기

by 이키드로우

나는 내 일을 설명할 때

값부터 말하지 않는다.

그건 숨기기 위해서도,

밀당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값은 결과의 일부지,

일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설명해야 할 게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지,

어디까지를 책임질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정리할 것인지.

그게 분명해지지 않으면

가격의 타당성은 옅어진다.


그래서 나는

일의 구조부터 설명했다.

과정이 왜 필요한지,

중간에 무엇을 조정하는지,

결과가 어떤 상태로 남는지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말했다.

이해가 먼저고,

동의는 그다음이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늘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조금만 조정하면 안 될까요?”

“이 정도는 빼도 되지 않을까요?”

그 말이 꼭

가격을 직접적으로 낮추자는 뜻은 아니었다.

대개는

일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자는 제안에 가까웠다.


나는 그 제안을

협상으로 보지 않았다.

대신 질문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 조정이

결과를 더 좋게 만드는지,

아니면

일을 쉽고 가볍게 만들기 위한 것인지.

그 차이는 생각보다 분명했다.


할인은

가격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범위를 줄일 때,

기준을 흐릴 때,

책임의 선을 애매하게 만들 때도

일의 가치는 깎인다.

나는 그걸

가격 협상보다 더 경계했다.


그래서

일의 범위를 줄여야 할 때는

결과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만 줄였다.

기준을 바꿔야 할 때는

왜 바꾸는지부터 다시 설명했다.

값을 낮추기 위해

일의 본질을 바꾸는 선택은

끝내하지 않았다.


그 방식이

항상 쉬웠던 건 아니다.

설명이 길어졌고,

합의까지 시간이 걸렸고,

모든 경우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렇게 진행된 일들은

끝난 뒤에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가격 할인 없이

일을 제대로 마쳤을 때

일의 가치는 오롯이

결과물 속에 증거로 남는다.

나는 그 균형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지켜온 건

높은 가격이 아니라

낮아지지 않는 기준이었다.

그 기준 덕분에

일은 끝나도

일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가치를 설명했을 뿐이다.

그 이상을 팔지도,

그 이하로 할인하지도 않았다.

그 태도가

이 일을 계속 가능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