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뀔 것과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인사이트
트렌드를 타지 않는다고 하는 것에는
종종 오해가 따른다.
변화를 거부한다거나,
자기 방식만 고집한다거나,
시대와 뒤처진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트렌드를 타지 않는다는 건
변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변해야 할 것들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문제는 늘 하나였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
그리고
무엇은 끝까지 바꾸지 말아야 하는가.
일을 하다 보면
트렌드는 끊임없이 바뀐다.
표현 방식도 달라지고,
형식도 바뀌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접근법도 달라진다.
그 변화에 전혀 반응하지 않으면
일은 금방 낡아 보이게 된다.
그래서 나는
트렌드를 외면하지 않았다.
다만
그 변화가
일의 본질에 닿아 있는지,
아니면
비본질적인 영역을 건드리는 것인지를
계속 구분하려고 했다.
바뀌어야 할 것은
주저 없이 바꿨다.
전달 방식,
보이는 형식,
접근하는 경로, 매체 등.
그런 것들은
시대에 맞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뀌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했다.
일을 바라보는 기준,
결과를 대하는 태도,
책임의 깊이.
그것까지 트렌드에 맞춰 흔들리기 시작하면
일은 금방 무너진다.
트렌드에 맞춰
바꿔야 할 것을 바꾸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바뀌지 말아야 할 것까지
함께 바꿔버리는 건
더 큰 문제다.
그 순간
일은 트렌드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트렌드에 끌려다니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집중했던 건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본질이었다.
이건 바꿔도 되는지,
이건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지.
그 판단을
매번 다시 했다.
그 구분은
쉽지 않았다.
헷갈리는 순간도 많았고,
지나고 나서야
괜히 바꿨다는 걸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고민을
건너뛰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렌드를 타지 않는다는 건
바뀌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본질을 기준 삼아
변화를 다루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그 태도는
한 번 정해두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번 다시 점검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 덕분에
내 일은
트렌드와는 조금 거리를 두었을지 몰라도,
본질과는 멀어지지 않았다.
트렌드는 계속 바뀌지만,
본질을 지킨 일은
형태를 바꿔가며
끝내 남는다.
나는 그쪽을 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