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행복의 구체적인 상태에 대해

조금 더 또렷한 행복을 말하기 위해

by 이키드로우

행복이라는 말은 늘 쉽게 쓰이지만,

정작 설명하려고 하면 모호하게 표현되기가 일쑤다.

기분이 좋을 때,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잠시 마음이 편안해질 때를 우리는 행복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쌓여도

삶 전체가 괜찮아졌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는 그 간극이 궁금했다.

누리고 있는데도 공허해지는 이유,

반대로 바쁘고 피곤한데도 이상하게 괜찮은 날이 있는 이유.

행복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면,

어디에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까.


이 연재는 행복을 추상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행복을 느끼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행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해보고 싶었다.

삶을 돌아보고 정비할 수 있는 언어로.


그래서 나는 삶을

인풋과 아웃풋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바라본다.


인풋은 무언가를 내 속에 채워 넣음으로써

내 삶을 누리게 하는 것들이다.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

머무는 공간,

자연과 계절의 변화,

맛있는 음식,

나를 만족시키는 소비,

그리고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문화와 예술.

효율과는 크게 상관없을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 나를 채워주는 모든 경험이 여기에 속한다.


아웃풋은 그 인풋을 바탕으로

내가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들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말과 생각을 건네고,

사람들에게 작든 크든 영향을 남기는 일들.

이 영역에서는 보람과 성취가 중요해진다.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감정,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는 확신이 남는다.


행복은 어느 한쪽에만 있지 않다.

인풋만 많아도 공허해지고,

아웃풋만 많아도 쉽게 고갈된다.

이 책은 그 사이를 살펴본다.

무엇을 들여오고,

무엇을 내보내며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비율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 글들은

더 잘 살기 위한 조언이 아니다.

지금의 삶을

조금 더 또렷하게 보기 위한 기록이다.

행복을 기분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으로 다루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이야기다.


이 연재를 통해

행복이 완성되지는 않을지 모른다.

다만,

내 행복이 왜 흐릿해졌는지

혹은 더 또렷해졌는지를

조금은 더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