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는 언제부터 스스로에게 묻지 않게 되었을까

by 이키드로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일을 멈춘다.


바빠서가 아니다.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대부분은 이미 답이 정해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무슨 진로냐는 말,

지금 와서 뭘 바꾸겠냐는 말,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들.


그 말들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질문을 봉인해 버린다.



어른이 된다는 건

정답을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질문을 조용히 접어두는 사람이 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은 계속하지만

방향은 점점 흐려진다.


일은 하고 있다.

역할도 있다.

책임도 있다.


그런데

이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은 이 상태를

번아웃이라고 부른다.

슬럼프라고 부른다.

의욕 부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에너지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에 가깝다.


지금의 삶을

어떤 기준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질문 위에 올려놓고 판단하고 있는지

그 구조가 오래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내가 부족해서”라는 결론으로 간다.


더 잘하지 못해서,

더 치열하지 못해서,

더 용기 내지 못해서.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혹시 우리는

계속 남의 기준으로 잘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삶이 낯설어진 건 아닐까.


남들이 말하는 안정,

남들이 말하는 성공,

남들이 말하는 성장.


그 기준 위에서는

분명 잘 살아왔다.


다만 그 삶이

점점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을 뿐이다.



진로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은

직업을 바꾸라는 뜻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선택을

전부 부정하라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지금까지 해온 선택들을

제대로 이해해 보자는 이야기다.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어떤 기준이 반복되어 왔는지,

그 기준이 지금의 나와

여전히 맞는지.


우리는 선택을 너무 쉽게

성공과 실패로만 나눈다.


하지만 선택은

맞았느냐 틀렸느냐보다

어떤 기준에서 나왔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는 여전히 나를 탐색 중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는지,

무엇을 잘하는 지보다

무엇을 반복해도 괜찮았는지를 돌아본다.


그리고 점점 알게 된다.


나다움은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이 아니라,

이미 살아온 선택들 속에

조용히 쌓여 있다는 걸.


문제는

그걸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어떤 직업이 맞는지,

어떤 선택이 옳은지

대신 결정해주지 않는다.


다만

다시 질문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 보자고 말한다.


진로는 한 번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단계마다

다시 탐색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나다움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수정되며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이니까.



아직도 나는 나를 탐색 중이다.


이 문장이

불안의 고백이 아니라

삶을 책임지는 태도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부터의 이야기는

답을 찾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질문을 되찾기 위한 기록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에게 묻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