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 브런치북을 계절별로 나눠야겠다는 생각도 입추 무렵에 불쑥 찾아온 쓰르라미의 가르침 덕분이었습니다. 하마터면 나는 쓰르라미라는 이름조차 잊고 살뻔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도 쓰르라미 울음을 업신여기기나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잘난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걸으면 세상은 주머니와 휴대폰에 담길 수 없는 물성의 것들을 나긋이 알려줍니다.
쓰르라미(쓰름매미)는 말매미보다도 훨씬 우렁차서 온 나무들이 벌벌 떨다가 그만 잎사귀를 다 떨구고 금세 겨울이 올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