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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Aug 22. 2021

엄마와 이팝나무

늦여름에 초여름을 그리워하다

<엄마와 이팝나무>


  초여름 아침 일곱 시에

  꼭 오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해가 중천에 닿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 있다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에

  그렇게 많이 맞아보고도

  나는 여전히 이곳저곳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온다고 한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애를 태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팝나무 그림자가 내 발밑을 간지럽힌다

  오래 기다리다 보면

  이런 것에도 간지러워 할 수 있게 된다


  오겠다고 약속한 사람과 오겠다고 고백한 사람 사이엔

  저만치를 끌고 오는 아주아주 오래된 엄마가 있다

  무릎을 자꾸 매만지며, 허리춤에 손을 기대며

  내쪽으로, 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


  오지 않을 것 같은

  누군가의 오겠다고를 앞질러

  기어코 오는 사람


  그 걸음에 대해 나는

  직면하는 시선을 내놓을 수가 없다

  자꾸만 얼핏 얼핏

  엄마의 얼만치에 대한 눈대중만 할 뿐이다


  황급한 배웅을 꾹꾹 누를 때마다

  형벌의 크기를 가늠할 줄 아는 나와 마주한다


  그때부터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자꾸 가벼워지거나 소용 없어진다


  덥고 무더운 내 얼굴이 이팝나무 그림자만 응시한다

  내 옆에 앉은 엄마가 한숨도 추리기 전에

 "밥은 먹었니?"하고 물으면

  이팝나무가 여름 바람 잔뜩 모아서 나 대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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