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팝나무>
초여름 아침 일곱 시에
꼭 오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해가 중천에 닿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 있다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에
그렇게 많이 맞아보고도
나는 여전히 이곳저곳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온다고 한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애를 태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팝나무 그림자가 내 발밑을 간지럽힌다
오래 기다리다 보면
이런 것에도 간지러워 할 수 있게 된다
오겠다고 약속한 사람과 오겠다고 고백한 사람 사이엔
저만치를 끌고 오는 아주아주 오래된 엄마가 있다
무릎을 자꾸 매만지며, 허리춤에 손을 기대며
내쪽으로, 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
오지 않을 것 같은
누군가의 오겠다고를 앞질러
기어코 오는 사람
그 걸음에 대해 나는
직면하는 시선을 내놓을 수가 없다
자꾸만 얼핏 얼핏
엄마의 얼만치에 대한 눈대중만 할 뿐이다
황급한 배웅을 꾹꾹 누를 때마다
형벌의 크기를 가늠할 줄 아는 나와 마주한다
그때부터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자꾸 가벼워지거나 소용 없어진다
덥고 무더운 내 얼굴이 이팝나무 그림자만 응시한다
내 옆에 앉은 엄마가 한숨도 추리기 전에
"밥은 먹었니?"하고 물으면
이팝나무가 여름 바람 잔뜩 모아서 나 대신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