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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Oct 03. 2016

엎질러진 콜라

[절정 #2]

여름밤은 상온 보관한 콜라의 색을 닮았다
콜라를 흘리고 난 뒤의 바닥처럼
곧 끈적끈적해질 열대야의 밤이 벌써부터 걱정
집에 오는 걸음이 가장 올해 들어 느렸던 하루였다

해찰을 했거든

길에 있는 가로등이 태양계처럼 느껴졌다
저 날벌레들은 안절부절하는 걸까, 춤을 추는 걸까
어찌 되었든 살겠다는 버둥이라고 여기자

나갔다 돌아오면 몸 어딘가가
괜히 간지러워지는 계절이다

세면대 위
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그 고개를
뭐라고 부를까

몰라, 

오늘은 아무튼 파란색에 기대어 씻었어


마음에 엎질러진 콜라는,

언제쯤 점성을 잃게 되는 걸까.

나는 오늘부터 그늘을 베고 
장마의 배란기 쪽으로 머리를 놓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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