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자동차는 부자들의 이상한 장난감 정도로 치부되었다. 그리고 대중들은 이 이상한 장난감에 대해 불신과 두려움을 함께 보였다.
초기 자동차는 속도도 느리고, 시끄러웠으며, 매연을 뿜어대었다. 자동차의 굉음은 마차를 끄는 말들을 놀라게 했고, 주변에 피해를 입혔다.
영국에서는 기존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Red Flag Act라는 법안도 발의되었다. 자동차 최고 속도를 시속 6.4Km로 제한했고,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자동차 55m 앞에서 선도해야 했다. 영국에서는 이 법안 때문에 자동차 산업 발전을 크게 저해하게 되었고,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 내어주게 되었다.
미국의 포드가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를 내놓으면서, 자동차와 관련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 도로 건설 및 인프라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 비포장 도로 대신 포장도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읽고 연방고속도로법 (Federal-Aid Highway Act)를 통해 미국 전역에 고속도로 망을 건설하는 초거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 정유 및 주유소
자동차가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휘발유였다. 저렴한 자동차의 보급은 석유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이때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훗날 독점 금지법으로 엑손모빌과 셰브론으로 분할되었지만, 자동차 시대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지금이야, IT관련 기업들이 시가총액 1위부터 10위까지 대거 포진해 있지만,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다름 아닌 석유회사인 엑슨 모빌이었다.
3. 자동차 보험 (위험관리)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도 증가했고 자동차 보험 시장이 자연스레 탄생하게 되었다. 스테이트팜은 1922년에 설립되어 미국 최대 자동차 보험회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올스테이트는 우편 및 직접 판매 방식으로 주요 자동차 보험회사가 되었다.
4. 숙박 및 요식업
자동차가 생기고 도로가 깔리자 사람들은 자연스레 머나먼 곳까지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도로변 숙박과 식사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게 되었다. 홀리데이 인은 창업자가 가족 여행 중에 겪은 불편함 때문에 만든 모텔 체인이고, 맥도널드는 자동차 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자동차 혁명 시기에 관련 산업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자동차 혁명이 그러했던 것처럼 인공지능 시대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1. 자동차 제조사 -> AI 모델 개발 및 응용 기업
자동차 시대에 포드와 같은 기업들이 자동차를 개발했다면, AI 시대에는 거대 언어모델과 기초모델을 개발하는 오픈 AI, 구글, 메타, 마소, 엔스로픽과 같은 기업들이 포드와 같은 기업이다.
2. 도로/아스팔트(인프라) ->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센터
AI를 구동하기 위한 '도로'를 만드는 회사들은 아마존, 마소,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들이다. 그리고 이 도로에 아스팔트를 공급하는 회사가 엔비디아, 브로드컴이고, 아스팔트를 만들어주는 회사가 TSMC다.
3. 정유/주유소(연료) -> 에너지 회사
자동차 시대에 자동차를 움직이게 한 것이 휘발유라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연료는 전기 에너지다. 넥스트에라 에너지, 뉴스케일 파워, 두산에너빌러티, GE 버노바, 테슬라 (ESS) 등이 전력 생산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4. 자동차 보험 (위험관리) -> AI 윤리, 보안 관련 기업
자동차 시대에 스테이트 팜과 같은 보험회사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듯이, 인공지능의 확산은 새로운 위험(편향, 보안위협, 책임소재 등)을 낳고 이를 관리하고 통제해 주는 기업의 성장을 촉진한다.
팔로알토 네트웍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같은 기업은 AI를 활용한 공격을 방어한다.
5. 휴게소/모텔 (새로운 서비스) ->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플랫폼 대두
새롭게 생성된 도로를 따라서 휴게소, 모텔, 맥도널드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생성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팔란티어는 기업에 산재된 데이터를 시각화시키고 각 데이터들에 의미를 부여하여, 기업 구성원들이 각자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도움 없이도 기업이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 시기에 인간이 할 일은 마지막 최종 의사 결정뿐이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고 난 후, 60년 간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산업 이후 인터넷과 정보 통신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현재는 인공지능, 바이오 기술,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폭발적 성장을 앞두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은 이미 너무 많이 올라서 지금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60년 주기의 거대 사이클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초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워런 버핏이 애플을 투자하기 시작한 시점은 애플이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고 난 후 5년이나 지난 시점이다. 5년이나 늦게 투자를 시작했지만, 당시 애플 주가는 주당 27달러였고, 어제 기준 애플의 주가는 200달러에 달한다.
최근 트럼프가 빅테크 기업들과 손잡고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초거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를 보면, 과거 자동차 혁명 시대에 전국에 고속도로를 깔기 위해 발표했던, 연방고속도로법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