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는 연습

매일매일 열리는 마음의 법정, 당신이 변호인입니다

by 신인규


심리상담사가 하는 일은 고객이 쓰고 있는 부정적으로 왜곡된 안경을 벗겨내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새 안경을 씌워주는 일이다. 사람들은 상담사가 무작정 잘 들어주고, 잘 공감해주고, 잘 위로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다. 오히려 상담사는 고객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의 패턴을 찾아내고, 그것을 대안적인 사고방식으로 바꾸는 연습을 시켜주는 '훈련사'에 가깝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사로 일하면서 그 덕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10년 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나를 심리학의 세계로 이끈 한 문장이 있었다. "사람들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생각 때문에 고통받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한 말이다. 어느 책에서 이 말을 처음 읽었을 때 마치 2000년의 세월을 뚫고 바로 앞에서 들려주는 말처럼 생생하게 느껴져서 한동안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내 안에 고착된 부정적 사고 방식은 나를 깊은 무의미감과 무기력에 빠지게 했다. 그 시절 나는 가끔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한숨을 쉬며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비관하는 생각을 한참 동안 하곤 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나의 부정적인 사고 패턴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런 패턴을 만들어내는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과정은 결코 벼락에 맞는 것처럼 단번에 일어나는 과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끊임없이 내 생각의 방식을 알아차리고 수정하고 또 알아차리고 수정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는 과거의 부정적인 사고 패턴과 어느 정도는 유연하게 분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 같다.

요즘은 매일 상담실에서 고객들을 만나 그들의 사고 패턴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은 다르다. 교과서에 쓰여 있는 분류대로 사고를 하는 사람은 없다. 각 사람의 고유한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만의 특별한 사고 프로세스의 패턴을 찾아보려 한다. 그 일은 끊임없이 가설을 수립하고 테스트해보는 일의 연속이다. 그때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설을 수립하고 변화 방안을 제안한다. 다행히 그 방안이 효과가 있으면 가설이 어느 정도 맞았다고 생각한다. 효과가 없으면 그 지점에서 다시 새로운 가설을 찾고 테스트하는 과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과정을 고객이 일상 속에서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방법을 가르쳐주려 한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상담사가 하는 일이다.

때로는 부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일종의 재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재판에서 당사자는 고통받는 마음을 변호하는 변호인이 된다. 검사는 부정적인 사고라는 논리와 증거로 내 마음을 공격한다. 변호인은 그 논리와 증거를 정확하게 반박할 수 있는 반증을 제시해야 한다. 그 반증이 얼마나 정교하고 예리한지에 따라 그 재판의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재판이 벌어지는 법정은 바로 일상의 현장이고, 재판의 기일은 매일매일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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