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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quaviT Jun 24. 2016

사서 하는 고생

B-sides : 코트 드 뉘(Cote de Nuits) 여행하기



  젊음의 상징은 고생이다. 젊어서 하는 여행의 상징도 당연히 고생이다. '쩐'이 딸리고, 시간도 없고, 정보도 얻기 힘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입맛에 맞는 여행을 하기 힘들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무난하게 흘러간 여행보다는 좌충우돌 부딪히며 어쩌다 저쩌다 흘러가는 여행이 더 추억도 많이 남고, 재밌으며 배우는 것도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는데 굳이 그걸 낭비한대서야 우리의 젊은 날이 아깝지 않겠는가. 이미 보르도에서 그걸 절절히 느꼈기에, 이번 디종에선 좀 더 효율적으로 돌아다녀보기로 다짐한 나는 부르고뉴의 포도밭을 여행하는 방법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을 찾는 분들이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를 바라며 코트 드 뉘를 어떻게 여행해야 좋을지 한 번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다만, 이건 지갑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여행객을 위한 정보이기에 부르-조아적 여행 방식인 렌터카나 가이드에 대해선 다루지 않는다.






1. 걷는다




  디종 일대의 코트 드 뉘 포도밭은 보르도보다는 훨씬 돌아다니기 편하다. 일단 면적도 더 적은 편이고, 본편에서도 이야기했듯 루트 드 그랑 크뤼(Route de Grand Crus)라는 일직선 도로 주변으로 밭들이 위치하고 있어 길을 잃을 걱정도 없다. 디종 시내에서 코트 드 뉘 끝자락인 뉘 샹 죠흐쥬 마을까지는 걸어서 약 5시간 정도가 걸린다(물론 쉬지 않고 꾸준히 걷는다면.) 따라서 시간과 체력만(그리고 무모함도) 넉넉하다면야 걸어서 다니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역시 저질체력이라거나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2. 자전거




  자전거를 빌릴 수가 있다! 디종 관광안내소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하필이면 그 날은 또 휴무여서 나는 이용하지 못했지만, 꽤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루트 드 그랑크뤼는 대부분 평탄한 도로여서 그다지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고, 자동차 타고 다니면 휙휙 지나갈 경치를 좀 더 느긋하게 감상하면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종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건 위 사진 한 군데여서 다른 곳이 또 있는지는 모르겠다. 위치는 '13 avenue Jean Jaures - 2100 DIJON'이며 전화번호는 03 80 46 12 36 혹은 06 32 35 22 16이다.  월요일은 휴무이고, 요금은 하단 참조.





  하지만 역시 단점이 있는데, 빌린 자전거이니만큼 역시 자전거를 반납해야 한다는 것. 월요일 및 기타 휴무일엔 빌릴 수 없고, 빌리더라도 가게 문 닫기 전까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 여행 계획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




3. 기차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걷기'와 혼합된 방법이다. 물론 꼬마기차 같은 걸 타고 루트 드 그랑크뤼를 순회하는 게 있다면야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아쉽게도 없다. 따라서 우린 코트 드 뉘 중간중간에 있는 기차역에 내려서 거슬러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식으로 여행을 해야 한다. 기차역을 간략히 보여드리자면, 본 - 뉘 샹 죠흐주 - 부조 - 쥬브레 샹베르탱 - 디종. 이런 식으로 기차역이 있다. 


디종에서 뉘 샹 죠흐주까지의 요금표.



  거리가 거리이니만큼 배차간격도 촘촘한 편이고, 시간별로 요금이 다르긴 하지만 비싸도 10유로를 넘지 않으므로 요금 부담은 적은 편이다. 나 같은 경우, 디종에서 2박 3일을 있었는데 첫날은 디종에서 쥬브레 샹베르탱까지 걸어서 여행하고 다음 날엔 기차를 타고 뉘 샹 죠흐주까지 간 다음, 걸어서 여행하다가 부조에서 기차를 타고 디종으로 돌아왔다. '적당히' 걸을 수 있다는 게 기차 이용의 포인트.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니, 자전거 여행객이라면 직원에게 한 번 물어보도록 하자.



4. 버스


버스 사진은 없어서 버스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으로 대체한다;



  버스가 있다. 다만 역시 버스는 현지인이 아니면 타기 어렵다. 버스 기사들이 영어를 도통 쓸 줄 모르니 뭔가 물어보기도 어렵고, 무작정 탔다가 엉뚱한 곳으로 가면 또 여행이 꼬이지 않겠는가. 배차간격 역시 1시간 정도로 긴 - 말 그대로 전형적인 시골버스라고 하겠다. 따라서 이 곳을 여러 번 방문해서 버스 노선에 대해 빠삭하거나, 프랑스어에 능통해서 영어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질문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딱히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은 방법.






  이상이 돈 없는 여행자가 코트 드 뉘를 여행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물론 이 네 가지 방법 말고도 다른 방법이 더 있을지도 모르고,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 다르니 어느 방법이 최선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셨더라도 여행하기 전에 디종 관광안내소를 찾아가서 물어보는 걸 추천드린다. 관광안내소인 만큼 직원들의 영어는 유창해서 대화도 어렵지 않고, 여기 없는 정보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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