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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Jan 22. 2021

세금으로 떠나는 교육 공무원의 해외연수

요즘 시대에 흔하디 흔한 것이 해외 연수지만 그 앞에 공무원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수를 명분 삼아 세금으로 가는 해외여행이 아니냐며 못마땅한 눈초리를 보낸다. 작년 초에 네팔에 교육 봉사를 떠났다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사고를 당해 교사 4명이 생을 달리했다. 사람들은 이것이 정말로 교육봉사 프로그램인지, 세금 덕에 공짜로 떠난 트래킹 여행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왜 굳이 세금을 들여 해외로 교육봉사를 가야 하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나 역시 자비 포함, 세금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교육공무원이다. 다섯 명의 초, 중등 교사가 캐나다로 파견을 갔고, 6개월짜리 해외 연수를 수료했다. 연수기간 동안 현지 학교에 배정받아 캐나다 교육을 참관했다. 능력과 상황이 되는 교사는 한국 학교와 한국 문화에 대한 수업을 하기도 했다.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날은 교사 출신 원어민 멘토와 만났다. 멘토와 함께 공부했던 시간이 연수의 백미였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궁금했던 모든 것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연수가 끝나고 연수 보고서를 쓰는 기간에는 얼마나 마음이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보고서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아, 이래서 다들 유학 가고, 워킹 홀리데이 가고, 어학연수 가는구나' 싶었다. 우물 밖으로 튀어나온 개구리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처음 만난 세상이 가득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일은 너무나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이제 아이들에게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말해   있을  같습니다.” 

함께 파견을 다녀온 중학교 영어교사가 연수 보고서 발표를 마무리하며 했던 말이다그녀는 파견 기간 내내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실전 영어 표현을 수업 자료로 쓰겠다며 간판표지판안내문광고문  모든 것을 사진으로남기던 열정 많은 교사였다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연수의 결과물은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6개월내내 모았던 수업자료가 아니었다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해외여행   가보기 어려운 아이들영어 공부에대한 의욕도 동기도 없는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 했다 곳에서 찍은 아름다운 풍경 사진문화 체험 사진지구 건너편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며아이들을 꿈꾸게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시골학교 근무 시절학부모 상담을 하다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선생님 시골 깡촌에서 공부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고훌륭하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되겠어요여기서대통령이 나오겠어요아니면 무슨 의사라도 나오겠어요?"

지금의 내가  학부모를 만났다면 그때처럼 마냥 씁쓸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지는 않았을거다. 이제는 부모와 교사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가르치느냐에 따라 달라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의 이유를 말해   있다던  영어 교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많은 교육대학교에서 해외연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다양한 세계관을 경험한 교사들이 포용력 있는 저마다의 시선을 가지고 현장에 나올 수 있다는 거니까. 기성세대 교사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불과 10년 전에 대학을 졸업한 나 역시, 당시에는 전국 교육대학교 어디에도 해외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교사가 해외 연수를 다녀온다고 해서 학교교육이 갑자기 변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교육연구가도 교육 행정가도, 교장도 아니다. 위계적으로 본다면 교육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사가 학생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주 만나기에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폭넓은 세계관을 가진 교사가 필요한 이유다. 일부 잘못된 사례 때문에 움츠러들지 말고 교사들에게 더 많은 해외 연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세금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며 배울 수 있게 해주는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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