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능선을 타고 까마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는 눈밭에 발이 묶인 채 그만 걸음을 멈춘다.
고개를 쳐들어 한숨 쉬어본다. 하늘은 온통 먹구름. 그 사이 삐져나온 햇빛 하나 없구나.
난 그대로 한참을 더 서 있는다.
이대로도 괜찮을지 모를 터.
그러다 어느 땐가,
먼발치 까마귀 한 마리 떨어진다.
맥없이 풀썩, 하곤 흰 구덩이 속으로 사라져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라고도 못 한 후, 내 머릿속엔 더는 그 까마귀는 남아 있지 않다.
이 날 이곳에선 아무 일도 없었다.
분명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