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럽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 -
2024년에 개봉된 뮤지컬 영화 위키드는 1939년도에 개봉된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 성격이 강하다. 즉,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를 괴롭히는 사악한 서쪽 마녀가 되는 엘파바 스롭의 젊을 적 성장기와 착한 마녀가 되는 글린다(본래 이름인 ‘갈린다’에서 개명)와의 우정(?)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영화는 글린다가 오즈의 땅 먼치킨랜드의 시민들에게 서쪽 마녀가 죽었다(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에게 죽는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의 동급생이었던 서쪽 마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재미있는 점은 글린다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동쪽 마녀(서쪽 마녀의 동생)의 죽음을 알리는 역할로도 나왔다는 것이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우리는 서쪽 마녀를 보자마자 그녀가 절대악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위키드에서 엘파바는 거짓 탈을 쓰고 오즈를 통치하는 마법사의 부당함에 맞선다.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를 비틀어 어릴 적의 상식을 완전히 부숴버리고, ‘서쪽 마녀가 왜 나중에 절대악처럼 비쳤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셀럽의 힘
출생의 비밀로 인해 녹색의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엘파바는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자란다. 그러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을 돌보기 위해 동생의 마법사 학교 입학에 동행했다가 엘파바의 마법 잠재력을 알아본 교장에 의해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게다가 학교의 셀럽인 글린다와 같은 기숙사 방을 쓰게 된다.
영화에서 감동적인 부분으로 많이 이야기되는 부분이 무도회장에서 엘파바와 글린다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다. 동급생들이 모여 파티를 하는 곳에 엘파바는 글린다가 맘에 들지 않아 그녀에게 거의 떠넘기다시피 준 모자를 쓰고 참석한다.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쓴 그녀를 비웃는다. 그리고 그녀가 아무런 반주도 없이 낯선 춤을 추자 그러한 수군거림은 더욱 커진다. 심지어 엘파바의 동생은 도저히 못 보겠다고 얼굴을 돌려버린다. 그때 갑자기 글린다가 마음이 좋지 않다(I feed awful)라고 말하면서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엘파바와 글린다 서로 공감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서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이 장면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좀 더 와닿은 점은 그들 우정의 시작보다는 셀럽 또는 인플루언서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글린다는 태생적으로 셀럽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집안 배경이나 외모 등으로 나름 인지도가 높다. 행동이나 발언 하나하나가 주변의 주목을 받고 영향을 미친다. 그녀를 추종하는 사람들도 있다.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문화/조직 활동에 참가를 격려하는 능력을 알게 모르게 가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엘파바의 춤을 비웃던 동급생들은 글린다가 같이 춤을 추자 점차적으로 그 춤에 매료되고 결국에는 그 춤을 따라 한다. 엘파바의 춤은 낯선 것에서 갑자기 트렌디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글린다도 셀럽으로서 자신의 힘을 잘 알고 있다. 즉, 자신이 포퓰러(popular)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운이 있고 성공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국가 지도자들이나 매우 훌륭한 의사소통자들도 역시 머리나 지식보다는 포퓰러 했기 때문이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이제 자신은 알파바를 포퓰러하게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것이며, 자신으로 인해 엘파바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셀럽이 아닌 사람은 억울할 수도 있지만 셀럽은 우리가 힘들어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셀럽을 활용한 마케팅
셀럽 또는 팬덤의 힘은 비즈니스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도 스며들어 있다. 아이돌의 공항 패션이 유행을 타고 그들이 읽었다는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셀럽의 힘을 적절히 활용하면 우리의 상식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성공이 비즈니스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수억 명이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 등 선진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저개발 국가에서 일어나는 기아의 참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기아 대응에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이 이루어진 경우가 있다. 밥 겔도프(Bob Geldof)는 1984년 에티오피아에서 극심한 기근이 발생하여 수백만 명이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Do They Know It's Christmas?’라는 자선 싱글을 제작하여 나름 성공을 거두고 그 수익을 기부하였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도 퀸시 존스와 라이오넬 리치 주도로 ‘We Are the World’가 제작되었고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쟁쟁한 가수들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 열기를 이어받아 런던의 웸블리 경기장과 필라델피아의 JFK 경기장을 무대로 하는 ‘Live Aid’라는 글로벌 콘서트가 탄생하였다. 특히, 웸블리에서 보여준 그룹 ‘퀸(Queen)’의 공연은 록 역사상 최고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회자되고 있다(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공연 장면이다). 공연 주최자들은 이 콘서트를 통해 수백만 파운드의 기금이 모금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궁극적으로 무려 1억 5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기부금이 모였다. 인류애를 가진 셀럽들이 발 벗고 나서 도움의 필요성을 외치자,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음악과 인류애가 결합되어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자선 공연의 신기원을 연 것이다.
나이키는 셀럽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마이클 조던과 협력하여 탄생한 ‘에어 조던(Air Jordan)’은 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1984년, 나이키는 농구화 시장에서 업계 3위에 머물러 있던 약자였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이키는 자사 브랜드의 모델이 될 새로운 선수를 찾고 있었다. 후보자 리스트 상위에 있는 선수들은 다른 기업이 이미 선점했거나 나이키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대학을 중퇴하고 드래프트 순위 3번으로 프로에 입단한 마이클 조던의 잠재력을 알아본 나이키는 많은 어려움을 뚫고 조던을 광고 모델로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영화 ‘에어’는 나이키가 조던을 어떻게 영입하였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조던은 탁월한 농구 실력과 카리스마를 발휘해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였다. 이에 따라 나이키가 출시한 에어 조던은 나이키의 대표 라인으로 성장하였고 나이키가 농구화 시장을 장악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다. 셀럽을 통한 팬덤 형성이 비즈니스 산업 지형도를 완전히 변화시킨 것이다.
셀럽의 팬덤을 활용한 마케팅은 다양한 산업에서 더욱 활성화되고 중요시될 것이다. 팬들은 셀럽이 그들을 이끌어 주기를 원하고 관련 제품이나 브랜드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SNS를 통해 제품, 서비스 등에 대한 개인 또는 그룹의 생각을 사회 전체로 빠르게 퍼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셀럽이 가진 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셀럽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것은 양면의 칼날과 같다. 사람들이 셀럽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와 감정은 공정하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갑자기 끓어올랐다가 확 식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팬덤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다면 그 비즈니스의 생명력은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