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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⑤전류전쟁이 현재에 주는 의미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서

by 블루스카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서

SE-ae505898-4ec9-45cf-bd0d-62789e8f320b.jpg?type=w1 ▲ 미국 뉴욕 맨허튼 소재 JP모건 체이스 빌딩

이 전류 전쟁은 과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투자자, 정치가, 기업가들이 얽힌 거대한 산업 프로젝트였다. JP모건 같은 금융 거물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고, 각 주정부들도 전력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섰다. 전력 표준화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전략 사안이 되었다.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할도 컸다. 신문들은 에디슨과 테슬라의 대결을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보도했다. 에디슨의 동물 실험은 센세이셜한 뉴스가 되었고, 테슬라의 실험실 화재나 기이한 행동들도 화제가 되었다. 이런 언론의 관심은 대중들의 흥미를 끌었지만, 동시에 과학적 사실보다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전류 전쟁은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대중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사회적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기의 보급으로 공장들이 24시간 가동될 수 있게 되었고, 가정에서는 전등으로 밤 시간 활동이 늘어났다. 전기 엘리베이터가 고층 건물을 가능하게 했고, 전차가 도시 교통을 혁명적으로 바꿨다. 전력망의 확산은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사회 구조 자체를 변화시켰다. 농촌과 도시의 격차가 줄어들고, 여성들의 가사 노동이 줄어들면서 사회 진출 기회가 늘어났다. 전류 전쟁의 결과는 기술사를 넘어 사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승리한 교류 전력, 그리고 그 이후

결국 교류 전력이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나이아가라 수력발전소의 성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교류 기반의 전력망 구축이 시작되었다. 20세기 초반에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교류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는 전력의 대중화와 글로벌 전력망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 테슬라의 기술은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상업화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전기 인프라의 기초가 바로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2차 산업혁명.jpg ▲ 직류 마이크로그리드의 응용 분야

흥미롭게도 21세기에 들어서는 직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는 직류로 작동하고, LED 조명도 직류가 더 효율적이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도 직류를 사용한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전자기기들은 내부적으로 직류로 작동하기 때문에,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DC 마이크로그리드'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에디슨이 100년 전에 주장했던 직류의 장점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에디슨의 완전한 복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직류 기술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다. 전력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직류 전압 변환이 쉬워졌고,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직류 저장이 효율적이 되었다. 결국 미래의 전력 시스템은 교류와 직류가 각각의 장점을 살려 조화롭게 사용되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될 것 같다. 테슬라와 에디슨의 아이디어가 모두 살아나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전류 전쟁이 현재에 주는 의미

전류 전쟁은 기술 혁신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에디슨의 실용성과 테슬라의 비전, 두 접근법 모두 현대 기술 발전에 여전히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에디슨은 기술의 상업적 성공과 대중 수용성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테슬라는 기술적 우월성과 미래 가능성에 주목했다. 현재의 기술 기업들도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술 표준의 중요성이다. 전류 전쟁에서 승리한 교류가 100년 넘게 전력 산업의 기반이 되었듯이,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것은 산업 전체의 방향을 좌우한다. 현재 진행 중인 5G, 전기차 충전 방식, AI 칩셋 등의 경쟁도 결국 표준화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테슬라가 교류로 표준을 장악한 것처럼, 현재의 기술 기업들도 자신들의 기술을 산업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또 하나의 교훈은 기술 혁신의 사회적 파급 효과다. 전기의 발명은 단순한 과학적 성과를 넘어 사회 구조와 경제 시스템을 완전히 재편한 혁신이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AI, 재생에너지, 우주기술 등도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기술자들은 단순히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테슬라와 에디슨의 대결이 보여준 것처럼, 기술의 성패는 기술 자체의 우월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에도 달려있기 때문이다.


전류 전쟁의 승부는 끝났지만, 혁신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오늘날의 AI, 재생에너지, 우주기술 등도 언젠가 역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전류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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