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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be amaranth Aug 31. 2015

나의 스물 여섯

어떤 숫자를 좋아하세요?


내가 26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엄마보다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인 줄 알았던 일곱 살 무렵부터 난 어른의 세계를 동경했다. 핑크빛 립스틱에 또각 거리는 하이힐을 신고 향수 냄새가 나는 예쁘고 멋진 어른, 누구에도 구애 받지 않고 살아가는 그런 어른을. 26살이 되면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26살 정도면 인생의 기승전결 중 '기'정도는 멋지게 펼치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2와 6, 짝수 두 개가 주는 안정감 있는 형상도 한 몫 했던 것도 같고. 그렇게 26이라는 숫자에 어린 나는 꿈과 동경을 담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그런 의미가 있는 작년은 그 꿈처럼 멋지지 못했다. 어른은 개뿔. 오히려 사춘기 때보다 더 나 자신이, 인생이 어렵게 다가왔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인생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고, 내 전부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하는 일만 학 살아도 언젠가 분명 지치는 날이 올 거라고. 그러니 인생에 수많은 힘든 것들 중에 놓지 않게 만드는 그 하나를 찾으면 된다고. 인생의 한 번뿐인 26번째 해는 철저히 비극으로 끝났지만 이제 회한도 함께 접어두기로 한다.




그리고 못다한 꿈을 다가오는 한 해, 한 해에 다시금 쌓아볼 참이다. 올해는 어린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겠다는 목표치가 가져다 줄 효과를 믿는 까닭이다. 꿈을 쫓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비로소 완성시켜줄 한 조각을 만나는 순간 진짜 어른이 될 거라는 믿음이 다시 나를 꿈꾸게 한다. 무엇보다 한 번 실패를 맛 본 사람에겐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잃을 것도 없는 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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