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mmer 358
국경통제 및 생활 규제가 시작되기 며칠 전,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블로거가 손소독제를 어렵게 구매했다는 글을 올렸다.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되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U반 근처에 있는 BIPA에 들러 핸디용 손소독제와 500ml 소독약, 알콜스왑 2박스를 구매해왔다. 없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종류별로 매대에 진열되어있는 것을 보고 약간 김이 새기까지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락다운이 시행되었고 그 이후 손소독제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휴, 다행이야."
코로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비엔나 사람들이 외출 규제를 앞두고 마트로 모두 몰려든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1유로도 안 되는 스파게티 면부터 통조림, 휴지는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고 카트 한가득 물건을 싣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관공서/마트/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던 지난 2-3개월 동안 손소독제를 사용할 일들은 사실 거의 없었다. 마트를 다녀오고 나서 사용하는 정도였다.
요즘 같이 외출이 자유로운 시기(쓰고 보니 이상하게 느껴진다)에 알콜스왑과 손소독제는 필수다. 물티슈도 들고 다니고 싶어 찾아봤는데 특이하게도 화장실용 물티슈(비데 대체품)는 많이 판매하는 반면 휴대용 물티슈는 찾기 어렵다. 아쉬운 대로 대중교통을 타고 내릴 때 장소를 이동했을 때 습관적으로 손소독제를 바른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새로 만든 루틴대로 행동한다.
1. 집에 들어오면 곧장 마스크를 벗어 햇볕이 드는 창가에 걸고 소독한다.
2. 손을 물비누로 빡빡- 씻는다.
3. 화장솜에 소독제를 묻혀 집 열쇠와 에어팟, 핸드폰을 닦는다.
코로나 이전에 손소독제/알콜스왑/마스크를 사용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핸드크림은 가지고 다녀도 손소독제를 가지고 다닐 일은 없었고, 필름을 교체할 때 들어있는 알콜스왑 이외에는 알콜스왑을 써본 적이 없다. 미세먼지에도 굴하지 않았던 이전까지 나는 마스크랑도 별로 친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외출을 자제했다) 그랬던 내가 변했다. 아니 변한 게 아니라 환경에 순응한 거다. 올해의 키워드는 '코로나' 하나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 세계가 동일한 사건으로 동일한 시기에 영향을 받은 일이 또 있을까.
연한 청록색 통에 가득 담긴 소독제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코 속으로 스며드는 연한 알콜냄새를 은근히 즐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뜯지 않은 채 이제껏 보관했던 대용량을 이제야 꺼내 쓰고 있다. 더 힘든 시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아껴뒀었는데 이러다 귀국할 때 들고 갈 것 같아 냉큼 꺼내어 아낌없이 쓰고 있다. 그런데 조금 불안하다.
집에 구급상자를 구비해 놓는 것처럼 소독제도 구매해 놓아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구급상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제 구급상자 구성도 바뀌지 않을까 싶다.
다쳤을 때 필요한 것이 아닌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들(마스크와 필터, 알콜스왑과 손소독제 등)이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할 세상이 왔다. 치료가 아닌 예방을 위한 삶, 어쩌면 우리에게 늘 요구되었던 것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