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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카톡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기

by 조아

겨울 추위를 피해 새벽 달리기를 대신 점심시간 달리기를 하는 요즘, 다시 새벽에 일어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한다. 해뜨기 전 미명의 고요함 속에 나만이 존재함을 느끼는 이 시간은 진정 나만을 위한 시간이며, 이 시간을 통해 참 나와 만나고 나를 느낀다.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어 이 시간을 잘 활용하여,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현실로 만들려고 한다.


글쓰기로 성장의 길을 걷고 싶기에 2년 동안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여 빠지지 않고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매일의 글쓰기는 정말 어렵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지만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을 주로 쓴다. 전에는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주로 썼지만, 요즘에는 달리기에 대한 글을 많이 써서 책에서 달리기로 전향했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쓰든,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든 큰 차이는 없다. 무엇을 쓰든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기에, 일상 속 나의 경험을 과대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닌 오직 나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을 쓴다.



글쓰기만큼 자신을 잘 표현해 주는 것도 없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말은 듣는 순간에는 존재하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글을 다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1년 전 내가 쓴 글이 그대로 존재하며, 글을 읽는 것만으로 1년 전 과거의 나와 마주하며 당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이것이 글쓰기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이며, 이 매력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다르기에 나에게 맞는 시간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김유진 작가님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한다>라는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하면서 새벽 글쓰기라는 루틴을 찾았다. 처음에는 잠에서 깨자마자 책을 읽고 글 쓴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라, 새벽 루틴으로 활용한다.


보통 아침에는 글쓰기에 집중하느라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지 않아 밤 사이 어떤 메시지가 왔는지 단체방에 어떤 글이 있는지 단체방에 인증을 한 이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침에는 카톡이 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오늘 아침 글 쓰는 중 알림음이 들려 스마트폰을 확인했는데, 함께 글쓰기를 하는 작가님의 메시지였다. 갑자기 죄송하다고 하시는데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 확인해 보니 나의 잘못된 답변 때문이었다.



어제저녁 처음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신 작가님의 고민에 답글을 달다 아무 생각 없이 썼는데, 다른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답글을 쓸 때는 틀렸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아침에 다른 작가님께서 알려주셔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참여하신 작가님께 폐를 끼친 것 같아, 주제넘었다고 답글을 달았는데 이 글의 뉘앙스가 잘못 전달되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주신 작가님께서 미안하다고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셨다.



사실 나는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기에 작가님께서 미안해하시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한 사람은 허밍웨이가 분명하고 나는 허밍웨이를 마크 트웨인이라고 썼으니 내가 잘못한 것이고 내가 문제였다. 작가님은 틀린 것을 바로 잡아주셨을 뿐인데 무엇이 미안하다고 하시는지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작가님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무엇 때문에 미안해하시는지 작가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작가님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도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며, 틀린 것을 바로 잡아 주는 것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과정에 기분이 언짢거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자존심보다 틀린 것을 정확하게 바로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틀릴 수 있고,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때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작년부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 감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나름 기억력이 좋았던 나였기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기억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 대로, 틀리면 틀리는 대로 인정했다. 사실 인정할 수밖에 방법 외에는 없었다.


인정하면 편하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변하는 것도 없기에 인정하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자존심을 앞세워 버틴다면 나에게 남는 것을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의 틀림을 알려주는 사람이 좋다. 틀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의기양양하는 것보다 무엇 때문에 틀렸는지 확인하고 나만의 오답노트를 만들어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이제 나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 바로 어니스트 허밍웨이이다. 인정에서 나온 영원한 기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단순한 진리이지만, 인정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눈앞에 축복이 있는데 인정하지 못함으로 이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라, 틀림을 틀림으로 인정하는 자세를 통해 어디서든 누구를 통해서는 배울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인정

#글감

#몹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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