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을 통해 얻은 배움
오늘은 조금 해프닝이 있었다.
가민 워치를 켜고 훈련을 시작하려던 순간, 무심코 ‘러닝’이 아니라 ‘보행’을 눌러버렸다. 훈련이 끝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오늘 기록은 달리기로 남지 않겠구나.” 잠시 허탈했지만, 곧 웃음이 났다. 기록은 사라졌지만, 내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오늘은 13.2km를 달렸다.
허리 통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천천히 시작했지만,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조금씩 리듬이 살아났다. 초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는데, 달리다 보니 하늘이 점점 열렸다. 흐리던 하늘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강변의 풀잎에 이슬이 반짝였다. 그때 느꼈다. “그래, 오늘도 달릴 이유가 충분하구나.”
오늘의 평균 페이스는 7분대. 예전 같으면 “조금 느렸네” 하고 아쉬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달리기는 경쟁이 아니라 ‘회복과 성장의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페이스가 느려도, 거리 목표에 조금 못 미쳐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나의 몸이 이 시간을 기억하고, 마음이 다시 달릴 힘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가민의 기록은 ‘보행’으로 남았지만, 내 마음속에는 확실히 ‘달리기’로 남았다. 달리기란 결국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이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앱에 숫자가 찍히지 않아도, 나는 오늘 내 의지로 길 위에 섰고, 발을 내디뎠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오늘의 13.2km는 내게 또 다른 작은 승리(small win)다. 허리 통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록보다 ‘의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는 마음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작은 성공이다.
하늘이 맑았던 것처럼 마음도 조금은 개운해졌다.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한, 나의 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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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히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