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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12. 2023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 태종실록

정치만랩이자 아들바보

 역성혁명에 있어서 유혈사태는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태조 이성계는 가능하면 피를 부르지 않는 혁명을 진행하기를 원했다. 폭풍 앞에 있는 하나의 촛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고려 조정은 역성혁명 일당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게 저항했다. 흔히 온건파와 혁명파로 나누어진 신진사대부 무리 속에서 400년 이상 유지되어 온 용의 후예를 왕으로 모신 고려의 충신들의 저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이상이었기에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이다. 설상사상으로 낙마로 몸 져 눕게 된 이성계는 일생일대 최악의 위기를 겪게 되지만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방원은 온건파의 수장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제거해 버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틀어지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방법의 문제였지 온건파를 몰아내지 못했다면 조선의 개국도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몽주를 비롯한 온건파들은 고려왕조를 바탕으로 개혁을 하기를 원했고 역성혁명은 반대했기 때문이다. 고려왕조를 바치고 있던 거대한 2개의 주춧돌인 최영과 정몽주가 죽임을 당하자 공양왕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고 고려 왕실의 가장 큰 어르신인 왕대비 안 씨에 의해 폐위되면서 자연스럽게 선위가 되었다. 이런 폐위 과정에서도 이방원의 압박이 있었다는 견해도 있기에 조선 건국의 제 일등공신은 누가 봐도 이방원이었다.


 하지만 공신 명단에는 이방원을 포함한 이성계의 아들들의 이름은 없었다. 특히 재상 중심의 정치를 꿈꾸었던 정도전에게는 이미 장성한 이성계의 아들들이 가장 견제되었기에 1차 왕자의 난의 빌미를 제공하는 순리에 어긋나는 세자 책봉에 있어서도 이방원은 억울해하거나 일말의 내색도 하지 않고 묵묵히 사태를 주시하기만 했다. 마치 높은 자리에 누워 사태를 관망하는 서열이 가장 높은 맹수처럼 태조마저 두렵게 만드는 실제 중의 실제였던 것이다. 왕좌에 오르고야 말겠다는 자신의 욕망을 누른 체 자신이 왕위에 오를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2차 왕자의 난까지 마무리하며 경쟁 세력을 제거하며 마지막 태상왕의 인정을 받으며 형의 양자로 왕세자가 되며 왕위에 오른 태종은 조선 27명의 왕중 가장 정치를 잘 한 왕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정치에 능숙했던 이유는 조선 왕 중 유일하게 과거에 급제하여 신하의 역할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신하들의 눈빛만 봐도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신하들의 생리에 정통했다. 온갖 위협과 견제 속에서 입지를 다져온 만큼 왕이 된 이후에도 위협이 될만한 세력들을 축출하였고 자신의 지원세력이었던 처가와 충녕대군의 사돈까지 제거하며 왕실의 권위를 다졌다.


 특히 자신의 친정을 풍비박산 내는 남편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은 원경왕후 민 씨의 괴로움을 옆에서 지켜본 아들들의 원성을 듣게 되기도 한 원인이었다. 또한 왕이 되어 한꺼번에 9명의 후궁을 들여 원경왕후의 마음을 병들게 하였으며 이런 축첩의 결과가 양녕대군이 상서를 올리게 되어 이로 인해  왕세자에서 폐위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태종은 유일하게 왕세자를 2번이나 폐위시킨 왕이 되었다. 심지어 충녕대군이 학문에만 전념하게 된 이유도 태종과 원경왕후의 불화로 인해 마음 둘 곳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신의 아버지와 원수가 될 정도로 왕권에 진심이었던 태종은 처가, 사돈까지 제거하여 자신의 아들들이 위협이 없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왕도정치의 기반을 만든 왕이었다. 조선 왕실의 고질병이었던 종기로 인해 병이 들었음에도 아들 걱정에 잠을 못 이루는 아버지였던 태종은 예를 중시하는 조선에서 자신이 죽은 후에 고기를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않는 아들의 식성이 걱정되어 유언까지 남긴 자상한 아버지였다. 고려 말 신흥무인 세력의 핵심 이성계의 아들 중 가장 학식이 풍부하여 과제에 급제할 정도의 총명한 사람이었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식견과 결단력, 차가울 정도로 냉정한 정치적 판단력을 가진 조선 최고의 정치대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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