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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20. 2023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예종 성종실록

문치주의의 백미와 도학군주

 유교의 나라 조선, 특히 조선 왕실에서는 성리학적인 예를 바탕으로 정치와 사회를 다스리려고 했지만 정작 왕실에서는 ’ 적장자 승계‘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계유정난으로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도 차남으로 형 이상의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남이라는 제도적 한계를 가졌기에 그토록 원하는 왕위를 적장자 승계로 왕위에 오른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하고 결국 조선 최초의 쿠데타를 성공한다. 왕권 강화를 위해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아쉽게도 병약한 장남 의정세자를 일찍 잃고 차남이었던 차남인 예종이 세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게 된다.


 태종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로 강력한 왕권을 추구했던 세조를 옆에서 보필했던 예종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훈구대신 속에서 자신의 정치를 펼치려고 노력했으나 세조 때부터 무분별하게 남발한 공신 책봉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대신들의 견제를 받으며 항상 긴장의 연속인 삶을 살아야 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14개월이란 짧은 재위 기간을 뒤로하고 요절하였다. 예종이 승하한 후 그의 아들 제안군은 후계 서열 1순위였지만 고작 네 살로 많은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예종의 형인 의경세자의 두 아들인 월산군과 잘산군이 유력한 후계자가 되었는데 형인 월산군은 병약하다는 이유로 동생 잘산군이 원자와 형을 제치고 왕위에 즉위하게 된다. 적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조선 왕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왕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던 훈구대신 중의 가장 큰 어른인 한명회의 사위가 바로 잘산군이었기 때문이다. 세조가 크도록 지키고자 했던 왕권 중심의 정치는 그의 수족이었던 한명회에 의해 대신 중심의 정치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잘산군도 어렸기에 그의 남편 앞에 항상 따르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정희왕후 윤 씨에게도 최초의 수렴청정이 붙게 된다. 잘산군은 단종과 상황이 비슷하였지만 어린 단종에게는 자신을 지켜줄 왕실 어른이 한 명도 없었지만 잘산군에게는 3명의 대비가 살아 있어 친정을 할 때까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었다. 차남임에도 불구하고 세자가 된 잘산군은 권력의 암투 속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방패까지 있는 복 받은 세자였다.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자성대비는 오직 손자를 위해 노력하였으며 성종이 군주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시간은 성종의 편에 서서 점점 어엿한 왕이 되었지만 구공신이었던 훈구대신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면서 친정을 하게 되었을 때는 자신의 장인 한명회를 제외하고는 이렀다 할 대신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궐 밖의 왕’이라 불리던 한명회도 왕의 장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온갖 청탁과 비리의 온상이었지만 왕위를 찬탈할 의도는 없었기에 73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영화로운 인생을 살았지만 사후 부관참시라는 참혹한 형벌을 받았고 그가 좋아하던 정자 압구정도 헐리게 된다. 하늘 높은 줄 몰랐던 권력도 그 끝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세조 때 완성될 수도 있었지만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 완성된 <경국대전>의 업적으로 성종을 ‘도학군주’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세종대왕의 버금가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문치 중심으로 과학기술과 군사 분야에서는 퇴보하게 만들고, 낮에는 인자한 군주였지만 밤에는 술과 여색을 가까이하여 연산군 비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평이 항상 그의 뒤를 따른다. 작은 세종이 되고 싶었던 성종은 아쉽지만 그도 연약한 인간이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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