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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27. 2023

채용 대전환, 학벌없는 시대가 온다

지식, 기술, 태도로 만들어지는 미래 역량

 나는 전형적인 학벌 세대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내신과 대입학력고사인 수능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여 졸업한 후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부모님의 희생과 사교육, 공부 잘하는 범생이 제일주의 속에 살았다.


 더욱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의사가 되는 것이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의 꿈을 이루는 길이라 생각해서 나의 적성과 재능보다는 의대 진학을 위한 점수 취득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의대에 진학하지 못했고, 의전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전공을 선택하였다.


 순수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전공을 불순한 의도로 선택하였기 때문에 전공 수업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시험은 늘 나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왜냐하면 나는 성적으로 평가받는 존재였기에 전공에 대한 관심 여부를 떠나 어쨌든 좋은 성적을 받고 장학금을 받는 것이 대학 생활 중 나의 목표였다.


 8학기를 연속해서 다니고 졸업한 후에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였기 때문에 입사를 위해 모든 것을 집중했다. 운 좋게 여러 회사에 합격했고 그중 나에게 가장 적합한 회사를 고를 수 있었는데, 이때 나의 선택 기준은 대학원을 다닐 수 있는 회사였다.


 당시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시는 회사가 내가 입사한 회사의 신입사원 연수를 담당하고 있었기에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고, 내가 따로 찾아보지 않고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입사를 했다. 하지만 그 정보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기에, 엄청난 혼란이 찾아왔다. 이 혼란의 원인은 회사 간부들의 입장과 실무자의 입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지원한 분야와 달리 영업관리직으로 직무가 변경되면서 혼란한 직장 생활은 시작했고, 첫 근무지조차도 미연고지로 발령 나면서 험난한 사회 초년생의 생활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당시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부산에서 마산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겠지만 나는 진득하게 첫 회사를 다니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고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여러 직무를 거치면서 현장과 지원 부서를 경험했기에 이제 어떤 직무를 맡아도 중상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편안한 자신감이 드는 것은 시간이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점점 나이가 들었고, 이제 ‘고인물’로 자발적인 퇴사를 꿈꾸는 나이가 되었다. 교육 직무에서 타직무로 변경될 때 현실을 깨우쳐서 미리 평생교육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서 내가 진정 공부하길 원했던 전공에 대해서 공부했고, 학위증과 관련 자격증 몇 개를 취득할 수 있었다.


 나는 입사를 대학교 졸업장으로 입사한 사람으로 대학교 졸업 후 내가 취득한 학위증과 자격증으로 나 스스로 전문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분야에 업무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와 소양을 갖추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전문가가 되려면 현장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내가 배운 이론에 접목하여 나만의 지식과 기술을 함양해야 드디어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최근 글쓰기를 하면서 브런치작가도 되고, 오랫동안 갈망했던 책도 출판하면서 막연하게 꿈만 꾸었던 일을 성취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배워온 어떤 전공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를 글쓰기는 분야에서 나는 매일매일 꾸역꾸역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아직은 내 마음에도 들지 않는 창작물이 나오고 있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뿐인 창작물을 만드는 생산자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고 만들어지는 나만의 창작물을 세상에 빛을 발하고 기여할 때까지 나는 꾸역꾸역 글쓰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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