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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08. 2024

개인의 취향, 각자의 조던 신발, 나이키 운동화

취향을 존중하는 삶

나는 모 아니면 도, 중간이 없는 사람이다. 좋은 것은 한없이 좋고, 싫은 것은 공짜로 준다고 해도 싫다고 분명하게 표현한다. 이런 나의 성향을 미리 알아보신 부모님 지인 중 한 분은 나에게 직장 생활보다는 개인 사업을 추천하셨지만, 이런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내가 아직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나의 이런 과거만 보더라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유별난 개인의 취향도 생존을 위한 문제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먼지와도 같은 존재가 된다. 나처럼 아무리 중간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는 중간을 찾게 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이라는 사실이 싫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 생활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매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 매일의 출근길 위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나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고 월급루팡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에너지를 주고 소통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근할 때가 많다.


 출근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신발이다. 그날 어떤 신발을 신느냐에 따라 출근길 기분이 달라지고, 날씨에 따라 그날의 업무에 맞춰서 신발을 신기 때문에 여러 족의 신발이 필요하다. 교육담당 시절에는 6족의 구두를 매일 번갈아 신으면서 매일 색다른 기분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요즘은 구두보다는 편한 운동화를 신을 일이 많아서 예전보다 발이 편해서 좋다.


 사실 나는 엄청난 운동화 덕후인데 특히 나이키의 ‘에어 포스 1(AF1)’에 환장한 사람이다. 운동화가 거기서 거기 아니겠느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신발에는 엄연히 모델 번호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비슷해 보여도 사실 존재이다. 같은 모델이라도 색상이 다르면 또 다른 것이기에 운동화의 세계는 참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기 때문에 운동화를 신으면 움직임도 편하고 가벼운 옷차림이 돼서 활동하기 좋다. 움직임이 많은 나에게는 깔끔한 정장에 구두를 착용하는 것보다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는 것이 더 편하고 좋다.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가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편한 복장을 착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내가 운동화를 좋아하다 보니 아내와 아이한테도 내 취향에 맞혀 운동화를 추천하였는데 둘 다 내 취향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운동화를 골랐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끈으로 묶는 모델보다는 벨크로가 있는 모델을, 아내는 대중적이지 않은 모델 중 발이 편한 모델을 선택했다. 각자의 취향대로 운동화를 선택했지만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조던 시리즈 운동화”라는 점이다. 나와 아내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우리 가족들이 신는 운동화의 공통점을 알려주니 뛸 듯이 기뻐했다. 모델은 다르지만 서로 커플 운동화라고 주장하면서 매일 저 운동화만 신는다. 하지만 나는 아이와 달리 매일 다른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내는 운동화를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신는다.


 이렇게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운동화를 신으면 각자의 생활을 하다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 가족의 취향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닌, 그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며 서로를 인정할 때,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 관계를 맺는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퇴근길 현관에 놓여 있는 우리 가족의 운동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치고는 거창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무엇인가를 통해 가치를 부여하고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정말 좋다. 이런 시간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면서 내 주변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내가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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