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밖에서 성장의 길을 찾다
지금 근무하는 회사에 처음 입사했던 날, 비록 시간은 오래되었지만 선명하게 기억한다. 요즘 사무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척박한 사무실 환경에 사뭇 놀라기도 했지만, 군 입대할 때처럼 살면서 가장 긴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당시에는 이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딱 10년만 다녀보자는 다짐을 하며 신입의 자세를 가지기로 했었다.
내가 입사하던 시절만 해도 직장을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는데, 오랜 시간 동안 신입 사원 컨설팅을 했던 아버지 지인을 통해 지금 근무하는 회사는 대학원 진학이 가능하다고 들어 심사숙고 후 선택했었다. 유통을 배우고 싶기도 했고 세상 물정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대학원 졸업 후 이직을 할 결심으로 퇴사 369의 법칙을 이겨내고 버티기로 다짐했었다.
신입 사원이 업무에 대해 하는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업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신입 사원이 맞는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업무에 있어서는 문외한인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선배님들이 시키는 것만 잘해도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신입 사원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금기로 여겨지는 시절이라서 시키는 것만 잘해도 선배들에게 이쁨을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도 짬이 되는 위치에 이르렀고 입사 8년 차에 신입 사원 시절 계획했던 대학원 진학과 함께 샐러던트의 세상으로 들어왔다. 신입 사원 시절에는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지만, 이 시기에는 알게 모르게 학업을 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어 눈치 보지 않고 학업을 할 수 있었다.
지난 8년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열심히'라는 기준이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충족되지 않았던 것 같다. 세 번의 부서이동과 나를 밀어주는 상사의 부재 등 이런저런 이유로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어 이직 제안도 받았기에 지금 타고 있는 말에서 내려, 새로운 말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였다. 이런 고민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학업이라는 새로운 활력소 덕분에 억지로라도 일을 했다.
처음 학위증을 받았을 때는 가족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기뻤지만, 회사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학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알아보고 기왕 시작한 김에 일보다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월급 받는 정도만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월급 루팡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학업에 집중하던 때였다.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지는 모르지만 회사가 나를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기에 샐러던트는 나만의 생존 비법이기도 했다. 언제 그만두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회사에 몸을 담고 있을 때 나의 가치를 키우고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일과 학업을 병행하였고 8년 간의 샐러던트 생활을 하며 몇 개의 학위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만약 학업을 병행하지 않았다면 벌써 퇴사를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배우고 있는 전공은 산학연계 과정이라 퇴사를 하면 학적도 사라지기에 학위 취득을 위해서도 회사의 적을 두어야 한다. 이제 퇴사의 충동보다는 어떻게 하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하지만, 샐러던트의 세계로 들어왔을 때처럼 지금도 회사에 대한 미련은 없다.
회사에 대한 미련이 없는 나의 직장 생활 커리어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 바로 샐러던트의 세계이다. 회사에서 받은 직책과 커리어는 퇴사하는 순간 모두 사라지지만, 학업을 통해 쌓은 나의 커리어는 퇴사와 상관없이 평생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회사의 업무와 사내 정치로 나를 성장시키는 것보다는 회사밖에서도 통할 수 있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샐러던트의 삶을 선택했고, 지금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학업을 할 시간에,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도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행복했을까라는 의문이 따른다.
나는 성장을 위해 샐러던트의 삶을 선택했고 조금 고단하긴 하지만 매일 작은 성공의 기쁨을 누리며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하고 있다. 신입 사원 때와 비교하면 나이는 들었지만, 업무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면서 미래를 위해 학업을 병행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샐러던트의 삶을 선택한 나에게 지금까지 몇 개의 책임이 따랐지만, 늘 그 책임을 다 졌고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 다행히도 아직 오지 않았다. 일과 학업을 더 이상 병행할 수 없는 시기가 찾아올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서라도 항상 배우려는 삶의 자세를 잃지 않기 위해 평생 학습자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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