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글도 말도 읽히지 않는다면

글은 읽히지 않는다, 인식된다

by 유앤나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가

이제 글은 읽히지 않는다, 해석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글을 잘 쓰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는 것보다, 글로 보이는 구조를 만드는 일. 아마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미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그동안 우리는 좋은 글을 써왔습니다. 보도자료든 홍보자료든, 잘 쓰인 문장은 늘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정보가 정확하고, 맥락이 깊고, 감동이 있고, 문장이 수려한 것. 그것이 ‘잘 쓴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글은 더 이상 곧바로 읽히지 않습니다.


AI가 먼저 그것을 읽고, 요약하고, 연결하고, 다른 정보들과 함께 배치한 뒤에야 비로소 사람에게 도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설명하고 있는 것일까요. 여전히 사람일까요, 아니면 사람을 대신해 판단하는 어떤 존재일까요? 질문은 단순하지만, 그 여파는 클테죠. 만약 설명의 1차 수신자가 사람이 아니라면, 커뮤니케이션의 기준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감동을 주는 문장보다, 해석 가능한 구조가 중요해집니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보다, 반복 가능한 패턴이 우선하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인간 사이의 대화도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할테지요. 우리는 점점 더 자주, 직접 설명하기보다 확인을 요청하게 되죠. “한번 찾아봐.” “AI에게 물어봐.” 그렇지 않나요? 최근에도 저는 엄마에게, 친구에게, 직장에서 "글쎄, 아무튼 이럴거야. AI한테 확인해봐" 라고 말했죠.


이런 일이 늘어날수록, 이해는 더 이상 둘 사이에서 완성되는 일이 아니게 될겁니다. 제3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확정된다는 것. 대화는 우리사이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곁으로, 우리 밖으로 이어지겠죠. 그렇다면 신뢰도 지연되고, 연기될겁니다. 확인받는 시간이 생기는거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 환경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식의 방식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점점 더 ‘직접 경험한 것’보다 ‘설명된 것’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게 될거고, 그 설명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기계가 재구성한 언어를 통해 전달될겁니다. 이때 언어는 더 이상 개인의 표현이 아니라, 공동의 평균의 산출물일거고요.


결국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환경이 될겁니다. 우리는 그 환경 속에서 말하고, 듣고,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 이해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는 점점 더 불분명해집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대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사이에는 이미 다른 층위의 해석이 개입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대화는, 과연 누구에 의해 완성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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