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대구간송미술관, 최문규+가아건축
[Prologue]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 치하에 모아 온 문화유산들을 상설전시하는 공간으로 애국애족과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 건립하였다.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와 전통이라는 키워드가 맴도는데, 그러한 이미지가 반영된 것인지 당선작은 가장 한국스러운 미술관을 선보인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조감도를 보면 세 개의 매스가 경사지를 따라 배치(지형에 순응하는 계단식 배치) / 기존 산책로가 미술관의 다양한 레벨의 외부공간과 연결(열린 미술관) / 주출입구를 최고레벨에 두어 대구미술관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고려한 점이 읽힌다.
당선작은 배치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전통사찰의 가람배치를 차용하였다. 이는 계획의 논리보다도 흐름상 전통에 대한 감수성을 환기시키는 전략 정도로 이해해야 비약이 없을 것 같다.
[Episode]
[진입부의 플러팅 수법]
지붕을 지탱하는 굵직한 나무기둥들을 지나 팔공산과 도시 풍경이 펼쳐지는 박석마당에 다다른다. 조감도를 비롯 여러 자료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나무기둥. 나무기둥은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간송의 곧은 정신을 은유한다.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입구성을 극명히 하는 상징공간이다.
형식적으로는 최문규 교수가 이전에 설계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와 닮아 있다. 두 건물 모두 주출입구가 진입방향에 대해서 우측으로 밀려나면서 마당이 주출입구보다 강한 위계를 띠고 있다. 매혹적인 파사드를 통해 노골적으로 유혹하거나 강한 대칭·정면성을 통해 강요하지 않고 입장·조망·이벤트에 대한 가벼운 스킨쉽을 건네는 적절한 "플러팅"이다. 두 건물 모두 좋은 조망을 가졌기에 이러한 플러팅 전략이 좋은 해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감 vs 사용성]
"박석마당"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조망과 이벤트를 담는 허공이다. "박석"은 조선시대 정전의 앞마당(조정)과 종묘의 월대 등에 사용했던 포장재이다. 눈부심과 미끄럼 방지, 원활한 배수를 위해 화강석 판재를 거칠게 마감하여 사용했다고 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이 한국 전통 건축요소를 담아내고자 했으니 박석마당이라 네이밍 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작에서는 한국적인 미술관의 컨셉에 맞추어 과거 궁궐에서 사용했을 법한 울퉁불퉁하고 불규칙적인 바닥포장을 사용하였으나, 준공작에서는 바닥이 모두 평평해졌다. BF인증 측면에서 평탄화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감수성은 떨어졌지만 이벤트 활용도 측면에서도 평탄화한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 이미지처럼 평평한 바닥에 유리한 영화제처럼 말이다. 울퉁불퉁했다면 앉거나 요가 행사를 할 때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미감보다 사용성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설계공모에서는 미감이 중요하겠지만 당선 이후 수정될 부분을 감안해야 좋은 준공작이 나온다는 사실도 새겨야 한다.
[로비1~로비2]
진입 후 전시실 앞까지 6m를 하강해야 하며 네 번의 유턴을 해야 하는 시퀀스를 가지고 있다. 반개층씩 내려가며 느껴지는 위치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이전 풍경의 다른 모습, 팡! 터지듯 펼쳐지는 밝고 경쾌한 메인로비, 곳곳에 외부의 자연이 스미는 점까지 너무나도 멋진 흐름이었다.
미술관은 두 개의 로비를 가지고 있다. 주진입 후 바로 맞이하는 로비1은 매표와 물품보관만은 지원하는 미니멀할 모습이다. 로비2는 전시실 직전 공간으로 동선을 분배하고 굿즈샵, 안내소, 보이는 수리복원실 등을 담고 있다.
[(조금) 열린 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은 제주도 유민미술관처럼 매표~전시실까지의 로비를 길게 늘여놓은 셈이다. 그러나 간송미술관은 경사지에 계단식으로 배치된 매스를 통해 여러 레벨에 걸쳐 내·외부가 연계될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건축가 역시 이러한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열린 미술관"을 표방하며 다양한 레벨에 출입구를 계획했다. 그러나 준공 이후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대부분의 출입구가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로비는 개방된 영역이라기보다 수익시설에 종속된 공간처럼 읽힌다. 출입구를 모두 개방하고 전시실마다 무인 검표시스템을 설치하면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곳곳에 자연이 스미는 미술관]
전시실은 로비2에 맞물려 지상1층에 3개, 지하1층에 2개가 위치한다. 외기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놓이면서 두 관람실 사이에는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휴게포인트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렇게 계단식 배치를 선택함으로써 어느 지점에서든 틈틈이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되었다. 다만 지상1층 전시홀의 창은 당선작에 비해 크기가 줄어들어 있는데, 지하1층에서 미러폰드를 마주하는 느낌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정한 것인지 의문으로 남는다.
두 층을 연결하는 수직동선으로 3개의 직통계단이 집약되어 있다. 당선작에서는 직통계단 1개와 장애인램프를 계획했는데 층고가 높아지면서 램프가 계단으로 바뀐 것 같다. 다른 계단은 어떠한 연유로 추가된 것인지 모르겠다.
지하1층의 전시실 4와 5 사이에는 미러폰드를 조망할 수 있는 휴게포인트가 조성되어 있다.
실내 측 바닥의 그릴은 "바닥 매립형 컨벡터(트렌치 히터)"로 건물 외주부의 대면적 유리창에 대한 냉기 하강을 차단하고 열 커튼을 형성한다. 쾌적한 열환경을 위한 설비이다.
[Epilogue]
종합적으로 대구간송미술관은 지형을 따르는 계단식 배치와 대구미술관을 고려한 주출입구 위치를 선택하며 진입부의 완전히 비워진 마당, 관람객 영역에 대한 다양한 자연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로비를 담는 유리박스를 기준으로 전시 매스와 운영·수장 매스가 나누어지는 의도가 배치도에서 잘 읽힌다.
명쾌하고 담백한 조형으로 이 땅의 문화유산을 담는 그릇이라는 스토리텔링과 한국적 이미지 또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매표에서부터 전시실까지의 기다란 허공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과하지 않은 콘텐츠로 채워지고 자연과의 접점이 풍부하게 삽입된 하강형 동선이라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출입구가 폐쇄되어 내·외부의 직접적 연계가 흐려졌다는 점은 아쉽다.
[이미지 출처]
당선작 CG
https://c3korea.com/daegu-kansong-art-museum-international-design-competition-result/
현대카드뮤직라이브러리
https://www.aurum.re.kr/Bits/BuildingDoc.aspx?num=6139
https://www.aurum.re.kr/Bits/BuildingDoc.aspx?num=6139
박석마당의 이벤트 활용